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기 막힌 일이 일어났다. 그 어떤 주권국가가 군사력에 의한 무장공격을 당하고도 상응하는 대응을 못하는 나라가 있을까.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아무리 「형의 입장」에서 막가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끌어안고 용서해준다 해도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더 큰 착각을 하게 할 가능성이 많다. 이제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 전쟁을 돈과 대화로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참으로 어리석다. 독일통일도 막강한 옛서독의 자주적인 군사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정부로서도 백번 천번 양보해 고작 무력도발에 대한 「공식사과」를 받겠다는 것인데 북한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남북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설치한 판문점 북측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대표를 철수시키는 등 억지를 부리고 있다. 정상적인 훈련중에 실수로 발생한 표류라고 이유를 달지만 말이 안된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자국군대의 군사훈련을 타국의 영해와 영토 한가운데 가서 하겠는가. 이는 우리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고 나아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된다.
그런데 더욱 기막힌 일이 생겼다. 이런 우리의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최소한의 요구를 두고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뉴욕타임스가 『김영삼대통령의 집권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지난 17일 왜곡보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우리의 대북한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하고 잠수함 침공사건을 사소한 일상적인 일일 수도 있다고 축소시켰다. 나아가 우리 정부를 한반도에서 가장 골치아픈 정부라는 식의 억울하고 참기 어려운 분위기의 글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식의 해석방법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라크의 전투기들이 미국이 지정한 비행구역외 지역을 비행하고 이라크의 미사일포대가 미국비행기를 겨냥했기 때문에 미국이 무력으로 응징한 행위도 클린턴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고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 일으킨 무력행위였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뉴욕타임스가 클린턴대통령을 두고 우리에게 했던 식의 표현을 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결국 미국의 대북한 정책인 「당근과 채찍」은 지혜롭지만 우리 정부의 기동성있는 대북한 대응책은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형국
틈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