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지난 27일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를 태운 미국 군용기는 일본과 북한을 직항하는 부정기 항로를 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당국은 미군용기가 일본 도쿄(東京) 인근 요코다(橫田)미공군기지를 출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통과하지 않고 북한 원산 북방 상공까지 북상했다가 평양으로 들어갔으며 귀환때도 같은 항로를 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항로는 북한과 일본을 오가는 민간항공기의 항로와 다른 것. 민항기나 특별전세기는 평양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상공을 거쳐 일본 니가타(新潟)로 운항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지 않은 것은 한국과의 미묘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군당국은 분석했다. 이 항로라면 한국공군에 사전통보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은 북위 38도 이남에서 제주도 남방 및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그어진 마름모꼴의 공역(空域)으로 공군에 사전통보되지 않은 미확인 비행물체가 레이더에 포착되면 영공침범을 막기 위해 공군전투기가 요격하는 구역이다.
군관계자는 『미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측이 한국측에 항로를 사전통보할 의무는 없다』며 『헌지커의 송환항로는 일본과 미국 및 북한간에 결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측은 이달 중순 외교채널을 통해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의 방북사실을 한국측에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黃有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