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用寬기자」 요즘 민주당 李基澤(이기택)총재는 한마디로 「문외작라(門外雀羅)」(사람의 발길은 끊어지고 시끄럽게 지져대는 참새들을 잡는 그물만 문밖에 내걸려 있다)의 처지다. 7선의원, 제1야당인 신민당 통일민주당부총재, 통합야당인 민주당대표최고위원 등 화려했던 「옛날」은 그저 추억거리일 뿐이다.
이총재는 지난 4.11 총선에서 자신도 낙선했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조차 실패했다. 그렇다고 「집안」이 화목한 것도 아니다. 우여곡절끝에 6.4전당대회에서 당권장악에는 성공했으나 金元基(김원기)전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측은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결성, 사실상 딴살림을 차렸다.
이제 마포당사를 지키는 사람들은 이총재 측근 40명 정도다. 자금도 궁핍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에는 매달 50만원씩 보내던 지구당 운영비도 보내지 못했다. 사실 민주당은 「대권도전」을 논의할 처지가 못된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기도 어렵다. 당의 존립 명분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도 현실성이나 외부 시각이야 어떻든 내년 대선을 향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선기획단의 공식발족은 이총재가 대선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무튼 현재 민주당의 대선관련 정세분석 및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92년 대선 때 신정당 朴燦鍾(박찬종·현신한국당고문)후보 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全大烈(전대열)씨가 이끄는 기획조정실이다. 박사급 전문위원 등 5명이 주축인 기조실은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실시안」을 작성, 지난 4일 당직자회의에서 설명회를 갖는 등 나름대로 대선준비를 시작했다.
기조실은 이총재가 대선에 나설 경우 내세울 캐치프레이즈를 「한반도중심론」으로 상정하고 각론을 준비중이다. 이총재 진영은 이들에 대해 『비록 적은 숫자지만 「일당백(一當百)」의 능력과 성실성을 지녔다』고 자랑한다.
또 92년 대선 때 DJ 캠프에서 활약했던 姜昌成(강창성)부총재와 이종찬(당시 새한국당 대통령후보)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張慶宇(장경우)부총재,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찬종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郭英薰(곽영훈·미래환경문제연구소장·미국 하버드대박사출신)당무위원 등 큰 선거를 치러본 「유경험자」들이 적지 않아 『든든하다』는 게 이총재 진영의 자부다.
정계원로인 李重載(이중재)고문과 서울JC회장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 張光根(장광근)부대변인, 金在炫(김재현)사무부총장, 프랑스 소르본대 박사출신인 李養浩(이양호)정책실장, 金一株(김일주)전고려대교수 등도 대선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대표적 「인재」들로 꼽힌다.
이총재는 요즘 대선기반 조성을 위해 전국구의원들을 설득, 지구당을 맡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총재는 또 득표력 있는 외부인사 영입에 직접 발벗고 나선 모습이다. 강창성부총재는 『이총재가 장관 의원을 지낸 영남출신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조직 재정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총재의 대선 대비작업이다. 지난 9월말 현재 전국 85개 지부 6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총재의 사조직 「통일산하회」 재정비를 위해 강부총재와 姜秀淋(강수림) 金聖植(김성식) 李章凞(이장희)전의원 洪文杓(홍문표)사무부총장 秋恩錫(추은석)간사장 등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南昊明(남호명·4.19혁명 당시 한양대 학생회장)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4.19회」, 朴弘律(박홍률)미술세계발행인이 대표인 「21세기 준비모임」, 독립운동가 朴進穆(박진목)씨가 회장인 친목단체 「일민회」의 모임에도 이총재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총재가 가장 든든하게 생각하는 「의지처」는 고려대 동문들. 이총재는 金俊燁(김준엽)전고려대총장 玄勝鍾(현승종)전국무총리 李種南(이종남) 李鐘元(이종원)전법무장관 金一斗(김일두)전고려대총교우회장 등과 가깝게 지낸다. 고려대 인맥과의 교류는 정치특보격인 禹東喆(우동철)고려대총교우회부회장 겸 민족통일촉진회대표가 맡고 있다.
이총재는 또 李康爀(이강혁)전외국어대총장 吳英淑(오영숙)전세종대총장 金玟河(김민하)중앙대총장 朴康壽(박강수)배재대총장 李達坤(이달곤)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 金浩鎭(김호진)고려대교수 등 학계인사들과의 교분도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