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正國기자」 李壽成(이수성)국무총리와 대권도전 관련 인터뷰를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이 그런 인터뷰에는 펄쩍 뛰면서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의중(意中)을 어렴풋이나마 짚어볼 수 있는 길은 정식 인터뷰가 아닌 공사석에서 비공식적으로 털어놓는 몇 마디 말로 유추해보는 것이 고작이다.
본인의 처신이나 속마음이야 어떻든 이총리는 여러 자리에서 끊임없이 대권도전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지난달말 한 사석에서도 그는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총리는 「신의」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대통령과의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대통령이 대선주자로 나서달라고 당부한다면 신의를 지키기 위해 나설 것인가, 아니면 신의를 저버리더라도 나서지 않을 것인가』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약간 당황해하면서 『글쎄…. 대통령과의 신의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건 신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물론 대권도전의사가 없다는 얘기였지만 묘한 여운이 남더라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이총리와 金泳三(김영삼)대통령간의 신뢰는 매우 돈독하다는 게 정 관가의 정설이다. 매주 주례보고 때마다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은 물론 김대통령은 이따금씩 이총리의 삼청동 공관을 찾아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또 지난 9월초 이총리는 전임 李會昌(이회창)총리의 사표파동을 불러일으켰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기도 하는 등 다른 총리들이 받지 못했던 대접도 받고 있다.
이총리와 김대통령간의 관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총리도 신한국당내의 다른 대선주자들처럼 국민의 인기를 끄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몇번의 고사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권을 안하면 안했지 그런 일은 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는 그렇게 처신하는 것이 선조로부터 배운 교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이총리의 의중에 대권도전의사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술자리에서 이총리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혀 뜻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도 내년 대선에서 뭔가 중요한 일을 맡을 것이라는 예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이총리는 측근들에게 종종 『신한국당내에도 많은 후보들이 있는데 나까지 나선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걱정을 한다. 그는 「우리 현대사에서 해방직후와 87년 대통령선거 등의 고비에 역사발전이 좌절된 것은 너무 많은 지도자들이 나섰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현직총리로서 처신의 한계도 없지 않지만 이런 시각도 이총리가 굳게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한 요인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총리의 「지금 생각」일 뿐이다. 상황이 달라지면 생각이나 시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점치기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