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회고록/각계 반응]

  • 입력 1996년 12월 19일 08시 45분


「宋寅壽·李明宰·洪性哲기자」 6.29선언이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이 내린 결단이 아니라 全斗煥(전두환)전대통령의 작품이라는 李順子(이순자)씨의 회고록이 18일 동아일보에 공개되자 그 주체와 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씨측은 회고록의 내용이 「사실 그대로」라고 강조한 반면 노씨측은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얘기」라며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민주화투쟁을 벌였던 재야 단체들은 「구국의 결단」이 아니라 「민주화투쟁에 대한 군부세력의 굴복」이라며 이씨의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朴永勳(박영훈·노태우전대통령비서관)씨〓이씨가 주장한 6.29 관련 기사는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얘기다. 오늘 면회를 가서 어른(노전대통령)께 보고했더니 『이 시점에서 양측의 불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실은 멀지 않아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朴哲彦(박철언·당시 안기부장특보)의원〓전전대통령이 노전대통령에게 6.29선언을 시켰는지는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최종 결단한 사람은 노전대통령이라고 본다. 노전대통령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간선제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직선제를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실무작업 또한 노전대통령의 주도로 추진됐다. 노전대통령이 6월18일 당시 안기부장 특보이던 나를 불러 『직선제 실시와 金大中(김대중)씨의 사면복권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내가 세차례 수정작업을 거쳐 6월27일 선언문을 최종 확정, 보고했다. ▼金容甲(김용갑·당시 청와대민정수석)의원〓6.29는 전적으로 전전대통령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노전대통령의 공적인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두분 전직 대통령의 신의를 존중해서다. ▼閔正基(민정기·전두환전대통령비서관)씨〓이씨의 회고록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은 당시 그 일에 어느 정도 관여했던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재판부에서 전전대통령 변호인측에 6.29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전전대통령께서 『나와 노전대통령이 함께 피고석에 앉아 있는 입장에서 공개되면 공로다툼처럼 비친다』며 제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전전대통령이 보관하고 있는 6.29관련 자료보다 이씨 회고록에 들어 있는 6.29 관련 부분을 발췌, 재판부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金相賢(김상현·당시 민추협공동의장대행)의원〓6.29선언은 국민투쟁을 통해 쟁취한 「항복선언」이었다. 이것이 전씨 작품인지, 노씨 작품인지는 전혀 의미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직선제수용은 국민들의 거센 항쟁으로 궁지에 몰린 군부정권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었다. 직선제관철과 민주헌법쟁취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고문을 당하는 수난을 겪었는가. 이런 국민들의 투쟁과 희생없이 자기들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5.18관련단체〓6.29는 국민의 민주화 의지와 희생으로 얻어낸 항복선언이다. 이로써 노씨가 「구국의 결단」이라고 표현한 6.29선언의 허구성이 드러났으며 전씨와 노씨는 더 이상 속죄받을 수 없는 역사의 죄인이다. ▼朴正基(박정기·고 박종철군 아버지)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상임의장〓6.29는 박종철 이한열군 등이 부도덕한 정권에 희생당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 국민과 역사 앞에 전두환 노태우씨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6.10항쟁의 산물인 6.29를 정치적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양 호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직선제수용을 거부했던 노씨가 마치 구국의 결단이라도 내린 것처럼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이한열군의 시신이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는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金勝勳(김승훈·당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신부〓6.29선언은 국민들의 희생과 저항으로 쟁취한 것이지 권력이 베풀어준 것이 결코 아니다. 전씨나 노씨가 서로 자신의 작품이라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87년 당시에도 6.29선언은 노씨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많이 나돌았다. 그러나 권력층 내부에서 누구의 작품인가 하는 것을 놓고 다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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