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然旭기자」 안기부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무산에 따른 정치적 득실(得失)을 계산하느라 여야 3당이 분주하다.
우선 신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보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데 성공했고 대야공격의 주도권도 장악했다고 본다. 즉 여야의 대결구도를 「안보」라는 쟁점에 맞춰놓았기 때문에 보수세력을 결집하는데 유리한 교두보를 선점했다는 뜻이다.
물론 신한국당도 「득」만 있었다고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회기내 처리를 위해 야당과의 타협보다 「강행」을 시도하는 등 「물리력배제」라는 이른바 「새정치의 원칙」을 스스로 파기한 점은 정치적 부담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23일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열어 안기부법 등을 연내에 처리한다는 당의 방침이 야당측 주장에 비해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국민회의는 일단 여당의 강행처리를 저지,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또 당의 「보수화노선」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젊은층과 개혁세력을 다시 흡인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득점 포인트로 본다.
그러나 양비론적 시각에 따른 국회파행의 책임에 대해선 다소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국민회의는 또 자민련과의 야권공조에 균열을 노리며 『국민회의가 간첩잡는데 반대한다』는 식으로 「색깔공세」를펴는 신한국당의 전략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한편 『크게 밑진 것도 얻은 것도 없다』는 게 자민련의 내부평가다. 우선 이번 기회를 통해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했고 막판에는 중재안을 제시, 나름대로 입지를 살렸다는 점을 수확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당초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서는 등 오락가락했고 이 때문에 국민회의측과의 신뢰관계에 상처를 주었다는 점은 부담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