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시내의 일본 대사관저 주위는 19일 새벽(한국시간 19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현재 인질범들이 수류탄과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한 데다 그 숫자도 최대 23명선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통행이 완전 봉쇄된 채 무장 경찰병력이 추가로 배치되고 있다. 또 대사관 주변 도로에는 각국 취재진과 인질가족 그리고 의료진등 수백명이 사태추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등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사관저 맞은편 작은 골목에서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비디오대여 및 식품을 판매해온 「서울비디오」 등 한인 가게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직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 이에 앞서 18일 오후엔 범인들의 요구에 따라 적십자 요원들이 물과 식량 의약품 엑스선투시기 등을 들고 관저로 들어갔으며 범인들과의 전화협상용으로 휴대전화 10대도 제공됐다.
17일 1차로 풀려난 인질들은 나머지 4백여명의 인질들이 관저 2층 6개의 방에 분산돼 억류됐으며 경비를 맡은 범인들의 명령으로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범인들을 지휘하고 있는 군복차림의 우두머리(에밀리오 후에르타스)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워키토키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등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고 기억했다. 이곳 언론들은 전날 후지모리대통령의 모친인 이노모토 마쓰에 여사는 인질범들이 얼굴을 몰라 풀려났다고 분석하고 아직 억류돼 있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동생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페루 정부 소식통은 당초 게릴라들은 후지모리 대통령을 인질로 잡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일본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일왕 생일 기념파티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국내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 늦어져 화를 면했다고 전했다.
만 하루가 지난 이번 인질사태는 범인들이 데드라인을 지나면서 오히려 노약자 및 여성인질들을 다수 석방하고 외교관 인질들이 정부측과 협상에 나서는 등 사태해결에 다소나마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규모 및 파장이 큰 데다 인질들이 대사관저 내부 상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어 인질 및 범인 수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대사관측은 이번 사태 직후 李元永(이원영)대사의 신변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페루정부에 『이대사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협조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사관의 朴英淑(박영숙)대사비서는 『이대사의 신변엔 큰 위협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돌발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현재 6명의 한국인 직원들은 본국 외무부의 지시에 따라 비상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맞아 한국교민들은 최근 페루의 한 신문사 사장이 총격으로 사망한 데 이어 한국업체에도 테러위협이 가해져 오는 등 치안이 부쩍 악화됐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가 이곳에서 최대의 자동차시장 점유율(27%)을 기록하면서 『사무실을 폭파하겠다』는 경고전화가 최근 걸려와 경비를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마〓李圭敏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