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노동계 파업」반응]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崔永默기자」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파업의 불길을 야권은 그야말로 착잡하고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7일 숙의끝에 각각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하는 선으로 입장표명의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면서도 파업 자체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국민회의의 尹昊重(윤호중), 자민련의 金昌榮(김창영)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제회생이라는 취지는 날치기처리로 사라지고 역효과만 남았다』면서 『정부 여당이 고의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날치기한 노동관계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논평에서 드러났듯이 야권은 파업이 날치기의 불가피한 산물이라는 점, 따라서 파업에 따른 사회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날치기한 노동법관계법 및 안기부법개정안의 「무효화」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입장이다. 사실 이번 파업의 경우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을 표하기 어려운 게 야권의 처지다. 노동계움직임에 섣불리 긍정적 태도를 표명할 경우 사회혼란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동계에 대해 파업자제를 요청할 상황도 아니다. 여권과의 대치전선도 힘에 벅찬데 노동계를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할망정 적군(敵軍)으로 만들 이유가 없어서이다. 야권이 파업과 관련,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여권의 의도다. 『노사합의 여야합의에 의한 노동관계법처리를 그토록 강조했는데 여당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날치기처리한 것은 파업을 유도해 「안정이냐, 혼란이냐」라는 구도로 대선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상투적 당리당략적 발상의 결과』라는 게 야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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