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濟均 기자」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선거에서 공화당의 보브 돌 후보를 누른 것은 이변이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공화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ABC뉴스는 선거가 끝난 뒤 클린턴이 돌 때문에 플로리다에서 이겼다고 분석했다. 돌이 노인의료보험제도인 「메디 케어」 예산을 삭감하려 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敗因)이었다는 것. 따뜻한 기후의 플로리다에 노인들이 많이 산다는 사실을 돌이 간과했다고 ABC는 보도했다.
미국의 대선에서 「정책」이 유권자의 「표심(票心)」에 미치는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은 경제정책이다. 대선이 끝난 뒤 미국 여론조사기관들은 투표자의 73%가 「후보자의 성격이나 인물됨보다 경제와 일자리를 중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존 하워드가 이끄는 자유국민연합이 13년간 집권해온 노동당의 폴 키팅총리를 물리칠 수 있었던 승인(勝因)도 「경제」였다. 사회복지에 우위를 두는 노동당 정책 때문에 장기적 성장부진과 실업률상승을 겪은 호주국민들은 『중산층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하워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스페인 총선에서도 82년부터 장기집권해온 펠리페 곤살레스 사회당총리가 경기침체와 22%에 이르는 실업률 때문에 고배를 들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은 선거전의 2백11석보다 28석을 더 얻었다. 이같은 선거결과를 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일본정치 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대 제럴드 커티스 교수는 「정치무관심」을 자민당의 승인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행정 및 경제구조개혁, 경기회복 등 중요한 과제들의 원만한 수행을 위한 유권자들의 안정희구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당시의 유력한 분석이었다.
한편 지난해 6월 이스라엘 선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48)가 시몬 페레스 총리(74)를 꺾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세대교체의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