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寅壽·李哲熙 기자」 노동계 파업사태에 대해 강경론과 온건론의 틈바구니에서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온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5일 「파업지지」를 공식선언하며 장외투쟁전개 등 강경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동안 『파업을 부추긴다』는 양비론적 비난여론을 의식, 조심스런 입장을 취해오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열린 양당의 「반독재투쟁공동위원회」는 이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8개 행동지침을 마련,공동위원장인 국민회의의 趙世衡(조세형)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의 韓英洙(한영수)부총재 등이 함께 민노총 파업지도부가 농성중인 명동성당을 방문하는 등 「확실한 자세」를 가시화했다. 그동안 국민회의의 일부 의원들이 명동성당을 찾은 일은 있으나 자민련 의원들은 「복수노조반대」 당론에 따라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었다.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총재가 함께 참석하는 비상시국국민대토론회(17일), 날치기법 원천무효 서명운동 발대식(18일), 수도권 옥내규탄집회(20일) 등 향후 투쟁일정도 확정했다. 자민련의 李廷武(이정무)총무는 양당이 강경대응쪽으로 행동방침을 확정지은데 대해 『어떻게 해서든 공권력 투입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당은 이날 또 지도위원회와 간부회의를 각각 열고 『노동관계법 대안을 제시하라』는 여측과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날치기 노동법이 철회되고 정상심의에 들어가면 곧바로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분명한 당론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공개시점이 아니다』는 게 양당의 공통된 주장이다.
여측이 대안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야당이 대안을 제시할 경우 그 대안에 대한 찬반론으로 국면을 전환시켜 노동계 파업사태의 근인(根因)인 날치기처리 문제를 피하자는 「함정유인」 전술이라는 게 양당의 시각이다.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색깔차이」를 부각시키는 등 양당공조의 균열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국민회의의 李海瓚(이해찬)정책위의장은 『노동법은 한조항 한조항을 따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지금 협상안을 내면 차별성만 드러나고 노사갈등을 증폭시켜 야당의 중재력을 잃고 만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양당은 기본방향과 「복안(腹案)」은 마련해 놓고 있지만 현재 공식 당론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회의는 지난해말 당내 환경노동위원들이 관련 4개법안을 분담해 기본안 성안작업을 마쳤다.또 당지도부는 15가지 쟁점사항에 대한 기본원칙과 함께 2가지 협상안 등 복수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중에는 △복수노조허용 △정리해고 명문화반대 △대체근로제 삭제 등 노동계의 입장에 근접한 내용도 상당부분 있지만 변형근로제의 탄력운영 등 일부 절충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처지도 비슷하다. 그동안 정책위원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협상안은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복수노조반대 등 국민회의와의 입장차이는 물론 당내 이견조율의 어려움 때문에 아직 공론에 부치지는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