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파업사태의 「타개책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불퇴전(不退轉)의 결의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정부당국의 공권력투입이 임박해지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이 「파업지지」를 공식선언하며 장외투쟁에 돌입키로 하는 등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파업사태가 야기된 이후 처음으로 「엄정한 권한행사」 방침을 밝힌 15일 그동안 강경론과 온건론의 틈바구니에서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온 야권은 장외투쟁전개 등 강경대응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야권이 이처럼 대응기조를 바꾼 것은 무엇보다 현사태를 둘러싸고 정부 여당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비난이 갈수록 증폭되는 등 「여론전(輿論戰)」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계 농성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극한적 상황에서 계속 대화론을 펴며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경우 노동계의 반발 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듯하다.
야권은 이날 「반독재투쟁공동위원회」가 끝난 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즉각 가시화했다. 공동위원장인 국민회의 趙世衡(조세형)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韓英洙(한영수)부총재 등 양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농성중인 명동성당을 방문, 민주노총 지도부를 격려했다.
또 양당 당직자와 의원들은 이날 총리실과 법무부 KBS MBC SBS YTN 등 방송사를 찾아가 공권력투입 자제와 편파보도시정 요구를 하는 등 모처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 함께 양당은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총재가 함께 참석하는 비상시국국민대토론회(17일), 날치기법 원천무효 서명운동 발대식(18일), 수도권 옥내규탄집회(20일) 등 향후 투쟁일정도 확정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공권력투입 이후의 파업지휘대책을 세우는 등 일전불사의 결의를 보이고 있어 사태해결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이 당국과 정면으로 맞설 태세를 보이는 것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權永吉(권영길)민주노총위원장은 명동성당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몇몇 핵심 지도부는 이미 성당을 벗어나 공권력 투입이후의 투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경찰의 물리력에 힘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경찰투입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놓았다』며 『설사 현 지도부가 모두 검거되더라도 제2, 제3, 제4의 지도부가 계속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정부대로 더이상 공권력 투입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 그럴 경우에는 지하철 부분파업 등 「완급조절」에 들어가 파업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가동돼 오던 정부측과 민노총간의 막후 대화채널도 끊긴지 이미 오래다. 설사 대화채널이 이어져 정부가 「상급단체 복수노조 즉각 허용」 등 일부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는 양보안을 내놓는다 해도 민주노총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정부는 공권력투입 이후 사태가 더 악화할 경우 공권력 투입 강도를 계속 높여가는 등 강경기조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고 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宋寅壽·李基洪·李明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