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노동법정국 해법]『대화만이 현난국 타개』

  • 입력 1997년 1월 16일 20시 25분


李洪九(이홍구)신한국당대표위원의 16일 연두기자회견은 야권이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일축, 난국타개의 「즉효처방(卽效處方)」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대화」만을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보는 이대표의 인식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대표가 회견에서 제시한 「조건없는 국회정상화」와 「3당3역회담」 등도 대화여건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구체성은 미약하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뜻만은 분명했다. 또 「파업이 종식되고 여야간 대화가 시작된다면」이라는, 지금 분위기로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걸면서도 영수회담을 거론한 대목에서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은 엿볼 수 있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조건부 영수회담 제의는 현실과 당위의 조합』이라며 『즉 「현재로서는 영수회담은 곤란하다」 「그러나 결국 영수회담으로 정국의 고리를 풀어야 한다」는 두갈래 기류의 혼합물』이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현시국상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든 굴복이든 회견을 통해 드러난 이대표의 정국관이 종전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15일 오후 이대표의 회견문을 받아본 청와대측이 조건부 영수회담 등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일단은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여권내에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뜻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야당이 야속하다. 여당이 궁지에 몰려있을 때에는 야당도 밀어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여당에 어느 정도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권이 즉각적인 영수회담개최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수회담개최와 노동관계법 재개정문제가 동전의 앞뒤와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은 『야당의 영수회담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바로 노동관계법 재개정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정부여당의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건없는 국회정상화」도 정치를 장외에서 장내로 끌어들이려는 명분론에 입각한 주장이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이지만 제의가 바로 노동관계법 재개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는 게 신한국당 지도부의 얘기다. 대화분위기 조성에 대한 여권내 전망은 엇갈린다. 이는 노동계 파업사태 등 외부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대표나 徐淸源(서청원)총무 등이 『대화분위기 조성과 공권력투입은 별개』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아무튼 영수회담은 최종타결의 장으로 남겨놓고 일단 총무회담이나 당3역회의에서부터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겠다는 게 현재의 여권 입장이다. 신한국당내 대화론자들은 이대표의 제의가 받아들여져 오는 25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방일을 전후해 영수회담 등 극적인 정국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오는 21일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연두회견을 예의주시하며 기대하는 눈치다. 야당도 더이상 대화에 불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林彩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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