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현주님의 이런 詩를 아시나요

  • 입력 1997년 1월 26일 20시 07분


이북에서 또 가족단위로 탈북에 성공하고 한보그룹이 연쇄부도를 냈다. 이 두 사건은 서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물론 정부에서 계획적으로 이런 큰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터뜨렸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건들은 꽤 오랫동안 민심을 불안하게 했던 노동법정국이 서서히 그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져 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도록 했다. ▼「유치원 마당에서」▼ 하긴 그보다 먼저 노동법 반대 파업 등 시국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영수회담이라는 게 있었다. 신문마다 영수회담의 모습을 사진까지 똑같이 일면에 컬러로 실었다. 여야 영수회담만이 대결정국을 푸는 열쇠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이 무엇을 풀었는지, 못 풀었는지는 알듯말듯하다. 과거에 당해온 관습에 따라 날치기로 통과시켰으니까 악법이려니 추측할 수 있을 뿐, 그 법이 전면백지화를 시켜야 할만큼 전적으로 악법인지,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인지―하긴 있으니까 영수회담을 제안했겠지만―알고 있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도 그렇고 야도 그렇고 서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신감에 있어서만 막상막하일 뿐아니라, 그들이 무엇은 관철시켜야 하고, 무엇은 타협의 여지가 있고, 또 그것이 고용주나 피고용자에게 어떤 손익이 되어 돌아올 것을 내다보고 그렇게 주장한다는 명확한 쟁점을 부각시켜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성의가 조금도 없는 것도 엇비슷하다. 서로 떠받드는 「김심」(金心)만 제일이지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난국을 타개하려고 테이블에 둘러앉은 게 아니라 각자 내가 어느만큼 중요한 인물인가 과시하려고 둘러앉은 사람처럼 보인다. 문득 지난 연말에 읽고 혼자 배꼽을 잡고 웃은 시 한수가 생각난다. 제목이 「유치원 마당에서」라는 시인데 아주 짧으니까 행 바꿈만 좀 고쳐서 전문을 소개해보겠다. 『얘, 이쁜 아이야/너 김대중이란 사람 아니?/몰라요/그럼 김영삼은 아니?/몰라요/우와, 대한민국에/김대중 김영삼 모르는 사람이/아직 많이 있구나?/희망이다!』(이현주 시, 녹색평론 96년 11,12월호에서) 지난 해 연말 모임에서 노래도 우스갯소리도 잘 못하는 나는 그 시를 읊어서 모처럼 사람들을 한번 웃겨봤다. 다들 나이 먹은 사람들이었는데 눈물을 다 질금거릴 정도로 한바탕 웃고 나니 생전 양김시대만 살아온 것같은 답답하고 재미없던 무기력증이 잠시나마 해소되는 듯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金心」말고 民心 읽으라▼ 금년에 대통령 이취임식이 있는 건 아니더라도, 대선이 있으니까 다음 대통령은 결정될 터이고 현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은 제도적으로 봉쇄돼 있다. 그런데도 양김시대를 마냥 살아온 것처럼 느끼는 것은 기나긴 독재정권시대 때부터 지속되어온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한때 양김씨는 우리의 꿈이었다. 그들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그 치욕적인 시대에도 희망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분 중의 한분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평생 반독재만 했다고 해서 결코 민주정치를 할 수 있는 적격자가 될 수는 없다는 걸 실험해본 결과밖에 안됐다. 국민은 그걸 분명히 알고 있는데 물러가야 할 분이나 새로 되고자 하는 분과 그 주위사람들만 모르고 있는 걸까. 제발 정치권 사람들, 김씨들 눈치 좀 그만 보고 민심 좀 읽으시라.우리는 더는 김심들의 막강한 영향력에 억압당하고 싶지 않다. 박 완 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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