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만으로부터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위협,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거부 등 핵문제로 끊임없이 긴장을 야기시켜 왔다.
북한은 얼마전 우리가 굴업도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로 지정했을 때 강력히 비난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반입된 방사성폐기물을 휴전선 부근 폐광에 보관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이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돈 때문에 발생국에서조차 핵쓰레기로 냉대받는 방사성폐기물을 받아들이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제관례로 지켜져온 자국산 방사성폐기물의 자국내 처리원칙을 무시하고 관리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북한에 경제력을 미끼로 이전하려는 대만당국의 행위 역시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부도덕한 대만의 처사와 무분별한 북한당국의 행동이 어우러진 최악의 작품이라 하겠다. 대만과 북한은 즉각 이번 협상을 무효화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기술로 설계된 경수로를 건설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향후 북한 원전에서 발생할 폐기물과 우리나라의 폐기물을 공동관리하는 완벽한 처분장 건설을 함께 고려해보는 편이 보다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더 우려되는 점이 있다. 이번 사태가 문제의 핵심을 지나치게 벗어나 국민들 사이에 방사성폐기물의 위해성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안겨주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마치 핵폐기물처분장 주변에서는 반드시 기형아가 태어나고 주민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된 방사성폐기물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안전하게 처리만 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한 기술도 국제적으로 개발돼 있는 상태다. 다만 보관시설과 능력이 의심되고 투명성마저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 저장되니 우려된다는게 문제의 초점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을 각 발전소 부지내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를 위한 영구처분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다시 논의해야만 할 국내 폐기물처분장 문제를 염두에 둔다면 핵폐기물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 만 우<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