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안이 與野 단일안 합의라는 최대고비를 넘겨놓고도 본회의 처리 문턱에서 방향을 분명하게 못잡고 있다.
국민회의가 안기부법과 한보청문회 TV생중계 문제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본회의 처리와 이들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관계법안의 처리형식에 관해선 與野 3당 모두 지난해 12월26일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개정 노동관계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낸 뒤 이번에 합의된 與野단일안을 제정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폐지법안-제정안 처리방식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그동안 노동관계법에대해 원천무효라며 주장해온 「부존재」 당론을 번복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이는 노동관계법과 함께 단독처리됐던 안기부법과 蔚山광역市 설치특별법을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셈이어서, 이들 법의 재처리 문제에 관한 與野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야당으로선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킬 방법이 없게 된다는 데 야당의 고민이 있다.
국민회의는 이때문에 노동관계법뿐 아니라 12.26 단독처리법 11개 모두에 대한 일괄폐지법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한 후 안기부법과 蔚山광역市설치특별법을 제외한 나머지 민생법은 폐지법 원문 그대로 제정하는 데 동의해주고 다만 안기부법과 蔚山특별법에 대해서만 제정안 협상을 벌이자는 것. 그러나 신한국당으로선 안기부법과 蔚山특별법을 다시 개정할 의사가 없는 만큼 국민회의의 요구에 대한 거부입장이 분명하다.
특히 안기부법에 관한한 일단 폐지뒤제정키 위해선 국민회의의 완강한 반대입장을 고려할 때 다시 국회 파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또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간 노동관계법이 與野간 단일안을 기다리며 사실상 적용이 「일시중지」되고 있는 상태의 장기화에 따른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與野가 단일안에 합의한 마당에 더 이상 입법을 미룰 수 없다는 논리로 국민회의를 압박하고 있다.
TV생중계 문제와 관련,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5공청문회를 與野가 공동요청한 사례를 들어 한보청문회도 3당 총무 명의로 방송사들에 생중계를 공동요청하자고 요구하면서 이의 관철수단으로 노동관계법안의 본회의 처리에 연계시키고 있다.
「정부입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야당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신한국당은 『방송편성권은 방송사 자율 사항이며, 방송사가 생중계 의사를 전달해 올 경우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론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與野는 9일오후 與野 3당총무간 비공식 접촉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자민련은 국민회의와 달리 노동관계법 단일안의 우선 또는 분리처리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민회의에 불리한 상황이다.
국민회의로선 안기부법 재처리와 한보청문회 TV생중계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에여론이 찬성하고 있다고 보지만 노동관계법안의 조속처리를 바라는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3.5補選결과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 자민련과 공조 유지라는 부담도 있다.
자민련 일부에선 국민회의의 연계전략 때문에 10일 본회의에서 노동관계법안의 만장일치 통과가 어려울 경우 표결처리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회의 李海瓚(이해찬)정책위의장도 지난 8일 다른 두당 정책위의장과 10일 본회의 처리 원칙에 합의해줌으로써 노동관계법안의 분리처리 방식에 간접동조하는 등 국민회의 내부에서도 분리처리론이 있다.
이에 따라 10일 국민회의 간부회의 결론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