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수기자] 정부 관계자들은 黃長燁(황장엽)북한 노동당비서가 북경을 떠나 제3국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도와 함께 즉각 망명 「2단계작전」에 들어갔다.
정부는 우선 황비서의 행선지가 언론을 통해 노출된 만큼 황비서의 신변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을 떠나기 전에 필리핀측으로부터 군대를 동원한 안전경호를 약속받긴 했지만 비상채널을 열어놓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또 황비서가 필리핀 체류로 인해 정신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건강체크 등을 위한 준비도 마친 상태다. 북경에 파견했던 국내 의료진을 또다시 필리핀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또 필리핀 체류기간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출국을 허용해준 중국의 입장을 고려, 시기를 적절히 조절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한달가량 필리핀에 체류한뒤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 체류기간은 망명에 필요한 절차 때문이 아니라 단지 황비서의 망명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돼서는 안된다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황비서가 조기에 한국으로 갈 경우 언론의 경쟁적 보도로 인해 북한이 자극 받을 우려가 있다면서 최소한 한달이상 필리핀에 체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정부는 중국의 요구를 가능한 한 수용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필리핀 체류기간을 못박지는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필리핀 체류기간은 안전상황 등을 고려해 필리핀정부측과 또다시 협의, 최종확정한 뒤 필리핀 출국에 앞서 중국측에 사전통보해 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필리핀정부의 경호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더라도 체류기간이 길어질 경우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가능한 한 체류기간을 최단기화할 예정이다. 필리핀은 황비서의 일시체류를 허용할 때 이미 한국망명을 희망하는 황비서의 자유의사를 분명히 확인하고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망명확인 절차는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황비서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올 때에는 특별전세기 또는 군용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항공노선을 이용할 경우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언론에 노출돼 「조용한」 입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부는 황비서가 북경을 떠날 때까지는 남북한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려는 중국에 협상주도권을 주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주도권을 갖고 2단계 망명작전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