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관 기자]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28일 기자회견은 종래의 회견과는 판이했다.
정치현안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으며 기자들의 질문도 일절 사양했다. 경제위기상을 장황히 늘어놓거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부각시키려 하지도 않았다.
김총재는 그러면서 「우리」 「초당적 협력」 등의 용어를 동원, 비교적 자신있는 태도로 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자신의 견해와 구체적 대책을 피력했다.
김총재의 이날 회견에는 대선고지를 향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김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고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특히 정치9단에서 「경제9단」으로 이미지를 바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는 회견내내 각종 경제적 수치와 용어를 구사하면서 경제문제와 대책에 대해 설명하는 등 경제전문가로서의 지식을 뽐냈다. 김총재는 이번 회견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재는 이와 함께 정쟁(政爭)의 당사자보다는 책임있는 정당, 수권정당의 지도자로 국민들에게 비쳐지기를 내심 바란 것같다. 김대통령에 대한 비난여론이 「3김청산」 「구시대정치청산」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이날 김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대안제시에 치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김총재는 회견에서 『무엇보다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커서 야당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