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발행인 연두제언]

  • 입력 1997년 4월 1일 08시 56분


1997년, 한국은 발전과 정체의 중대한 기로에 와 있음을 절감한다.

21세기를 4년 앞두고 새로운 1천년을 준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심각한 정체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는 아직도 주요법안이 여당의 수(數)의 논리로 변칙처리되는 권위주의적 의정의 파행을 겪고 있다. 경제는 파국에 직면했다는 위기의식이 공공연하다. 사회의 도덕률과 윤리의식 또한 어느 때보다 황폐화돼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국민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관과 비전이 사라져가는 점이다. 사치 향락의 풍조가 만연함으로써 사회가 활력을 잃고 국가경쟁력이 추락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본인은 4.11총선 직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야당과의 정치적 승부나 개인의 인기, 정권재창출 같은 눈앞의 이해에 매달리지 말고 화합과 절제와 포용력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는 국정운영을 요망했었다(96년4월15일자 동아일보 1면).

우리가 질곡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세계는 변하며 선진국은 앞서간다. 난국의 타개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계층과 집단의 이해를 넘어선 국민통합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정치권은 먼저 모범을 보이고 국민에게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동아일보는 이같은 시대적 요구를 실천하는 선구적 언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재삼 천명한다. 그 실행강령으로 새 공동체 의식, 새로운 국가목표의 설정을 위한 의식혁명을 제창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 동아일보 발행인으로서 본인은 시민사회의 건강한 여론형성과 사회통합의 합리적인 대안제시에 진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아울러 국민의 동참을 호소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역사는 우리에게 위기와 시련을 주어왔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도전과 응전의 기회도 함께 주어왔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위기와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삼는 국민적 의식혁명에 모두 앞장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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