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향후정국]「3金」일단 共存의 어깨동무

  • 입력 1997년 4월 1일 19시 51분


1일 열린 여야 영수회담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 등 이른바 「3김(金)씨」의 시국인식과 정치적 공동운명체적 성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들이 이날 경제난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 합의하고 이례적으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장문의 호소문을 공동발표한 것은 더이상 극한적인 상호 쟁투(爭鬪)와 정쟁(政爭)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계산의 결과다. 3김씨의 근본적 의도야 어떻든 이날 회담으로 한보사건과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등으로 가파르게 치닫던 정국은 다소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야는 당분간 정쟁을 자제하면서 경제회생을 명목으로 내세우며 공동보조를 취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유화국면 조성이 현재 진행중인 한보에 대한 검찰재수사와 국회청문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날 회담분위기나 결과로 미루어 볼 때 3김씨는 일단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현철 뇌관」은 이같은 3김씨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릴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경우 김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엄청난 난관에 부닥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날 여야 영수회담 결과가 무위로 돌아갈 뿐 아니라야권 양김씨의정치적 입장도 매우 곤경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이날 영수회담에서 현철씨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사태에 대해서는 대국민호소문에 언급한 『한보사태를 비롯해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는 현철씨 문제가 지닌 정국 파괴력을 감안한 묵시적 조율의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합의문과 대국민호소문 작성과정에서 청와대와 두 야당측이 여러 차례 사전접촉을 가진 점도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여권핵심부는 최근 현철씨가 사법처리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김대통령으로서는 두 김총재와의 공동보조를 가능한 한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그에 상응한 여권의 양보카드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김대중총재가 회담에서 대선 공영제를 제안한 것 등도 눈길을 끈다. 결국 이날 회담은 경제살리기라는 당면현안과 함께 3김씨의 「자구적(自救的)」 의도도 주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단 이날 회담은 3김씨 모두에게 득이 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국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보수사와 국회 청문회 결과도 정국의 주요변수지만 3김씨가 공존구도를 유지하려 할수록 「3김청산」이라는 역풍도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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