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기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1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가 내각제 개헌 문제를 꺼내자 李會昌(이회창)대표에게 「방어역」을 떠맡겼다. 그러자 이대표는 미리 준비한 듯 정연한 논리로 내각제 개헌 불가론을 역설했다.
또 이대표는 이날 내각제 외에도 금융실명제보완 금융개혁 실업문제 벤처기업육성 등 경제현안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자기 목소리」로 정책방향을 역설하기도 했다. 자연히 김대통령의 발언은 줄어들고 이대표가 장황하게 발언하는 식으로 회담이 진행된 셈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이내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여권 일각에서 청와대측과 이대표사이에 사전에 역할 분담이 있었으리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김대통령이 작심하고 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어 위상을 배려하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한보사태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등에 힘입어 내각제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는 등 자신이 직접 반박에 나서기 껄끄럽기 때문에 이대표에게 방어역을 맡긴 것이지 특별하게 「위상변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렇다해도 회담장에서 이대표가 보인 행태는 예사롭지 않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고 특히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했다면 앞으로 이대표에게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