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정당 대변인이란 게 아예 없다. 각자가 헌법기관인 소속의원들의 다양한 견해를 대변인 한 사람이 임의로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따금 정당의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으면 미국은 원내총무가, 일본은 간사장이 「입」노릇을 한다. 유럽의 정당엔 대변인이 있지만 정부기관의 대변인이나 기업의 홍보담당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한국의 정당대변인은 하루에도 몇건씩 당의 이름으로 논평과 성명을 낸다. 상대당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 「나팔수」로 불리기도 한다. 「저질발언」 공방으로 여론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은 당지도부의 지시나 간부회의 결정에 따르지만 때로는 대변인이 즉석에서 논평이나 성명을 작성,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변인이 말한 것은 통상 당론으로 통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때때로 문제가 생긴다.
최근 신한국당의 「당론논쟁」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당직자회의 결과를 토대로 「내각제개헌불가」와 「내각제불가론」이 당론이라고 밝혔으나 그게 어떻게 당론이 될 수 있느냐는 이의가 제기됐다. 당내에 엄연히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도 의견수렴절차 없이 소수 당직자의 회의결과를 곧 당론으로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는 지적.
이같은 점에서 한국의 정당대변인은 바로 권력집중식 비민주적 정당운영의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신한국당 일각에서 「대변인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처음으로 제기한 朴範珍(박범진)총재비서실장은 『상대방을 비난할 일이 있으면 그럴 만한 사유가 있는 사람이 직접 하면 되지 왜 대변인을 시키느냐』고 주장했다.
또 李鍾律(이종률)전국회사무총장은 『당무에 관한 것이면 사무총장이, 정책에 관한 것이면 정책위의장이, 원내교섭에 관한 것이면 원내총무가, 상임위 안건에 관한 것이면 상임위원장이나 간사가 입장을 밝혀야 옳다』며 『굳이 모든 것을 대변인을 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채청 기자〉
▼ 독자의견을 바랍니다 ▼
독자 여러분, 각계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논의를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각 주제들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매회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팩시밀리 02―361―0434, 0444, 0446번과 PC통신 ID:TheDongA(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가 열려있습니다. 보충취재 등을 위해 여러분의 연락처 전화번호도 함께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