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진영은 요즘 대선자금문제 때문에 고민이 크다. 현재와 같은 풍토에서 대선을 치를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질곡(桎梏)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현행 선거법상 대선비용 한도액은 3백5억원정도. 그러나 이 규모로는 홍보물제작 등 기본경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 전통적으로 여당은 대선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써왔다. 우선 방대한 조직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姜三載(강삼재)전사무총장은 『돈이 없으면 여권조직을 움직일 수 없다. 지구당지원금도 활동비 70%에 여분 30% 쯤은 얹어줘야 대선 때 지구당이 제대로 가동되는데 이번 대선은 큰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있는 「법대로」하자니 조직을 방치해야 하고 조직을 가동하자니 선거법을 어길 수밖에 없어 87년과 92년 대선의 재판이 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를 막을 명분도 없어진다. 이것이 이대표의 첫번째 고민이다.
본게임 못지 않게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당내 경선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법정선거비용과 정치자금모금을 현실화하자는 게 이대표 진영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극도로 어려운 판에 국민감정이 이를 용납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이대표의 두번째 고민이다. 이대표는 그동안 종종 『밖에서 본 정치와 안에서 체험한 정치가 다르다』고 말해왔다. 이대표의 지론은 『보다 넉넉하게 비용지출이나 모금을 허용하고 위반시엔 엄격하게 처벌하자』는 것. 지금처럼 비현실적으로 제한하고 들쭉날쭉하게 법을 적용하는 게 문제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 이대표는 또 선거비용이나 정치자금문제를 분명히 하고 넘어가지 않을 경우 또하나의 대선자금의혹이 잉태돼 차기정권을 괴롭힐 것이라고 판단한다.
92년 대선자금의혹이 다시 본격대두되는 것도 이대표 진영의 부담이다. 어떤 식으로든 입장표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대표의 세번째 고민이다. 그래서 이대표 진영에선 92년 대선자금의혹이 본격적으로 쟁점화하기 전에 「선수(先手)」를 치고나가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