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한보관련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별건(別件)구속불가」 방침을 굳힌 사실이 밝혀지자 정치권내에 파문이 일고 있다. 야권은 즉각 강력한 반대입장을 천명하고 나섰고 여권은 「희망 반(半), 걱정 반」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저울질을 하는 모습이다.
▼ 청와대 ▼
지난 1일 여야 영수회담을 고비로 청와대내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현철씨 문제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조사할 수는 없다』며 「선(先) 진상규명, 후(後)처리결정」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내부를 살펴보면 「사법처리 불사」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던 종전의 분위기가 수그러지는 대신 현철씨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4일 『인사청탁은 돈을 받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류변화의 저변에 「돈 문제에 관한 한 내 아들은 깨끗하다」는 김대통령의 확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신한국당 ▼
당지도부는 「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한보사건에 국한돼야 한다」는 방침을 굳히는 분위기다.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보사건 이외의) 엉뚱한 것을 가지고 처리하자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며 『현철씨의 인사개입 의혹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는지는 모르나 사법처리의 대상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박사무총장은 또 『내 추측으로는 야당 수뇌부의 생각도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재 국민정서상 현철씨 구속을 무조건 막는다고 일이 해결되겠느냐』 『당지도부가 이 문제를 성급하게 공론화시켜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야권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현철씨 문제에 대해 암묵적으로 양해했다는 여권 관계자의 얘기에 대해 「있을 수도 없는 일로 야당에 대한 음해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1일 여야 영수회담 이후 계속 「여당과의 밀약설」에 시달려온 야권의 두 총재는 이날 직접 나서 영수회담 이전보다 훨씬 강한 톤으로 대여(對與)공세를 퍼부었다.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양해란 있을 수 없다』며 진상규명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천명했다.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총재도 불쾌한 표정으로 『현철씨 문제는 철저히 조사해서 의법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야권지도부가 만약 담합을 한다면 여권과 동반자살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동관·최영묵·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