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이후 정국]『다치면 끝장』 숨죽인 정치권

  • 입력 1997년 4월 6일 19시 56분


한보사태 국회청문회가 7일부터 시작됨에 따라 정치권이 숨을 죽이고 있다. 검찰재수사와 병행되는 청문회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은 전혀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작년말 이후 노동관계법 날치기처리―대통령 연두회견―대통령 대국민담화―노동법 재개정―한보 재수사 등 정국은 숨가쁜 반전을 거듭해 왔다. 「청문회 태풍」 이후의 정국 역시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청문회 태풍」이 지나가면 현재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이 어느 정도 정비되면서 연말 대선구도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청문회 태풍」이 대대적인 정치권 정화기능을 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누가 살아 남느냐」는 태풍의 진로에 따라 좌우될 것이나 현단계에서 속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야 모두 주요 정치일정을 청문회종료 후로 미루고 있다. 대선예비주자들 또한 물밑행보를 계속하면서 「청문회 이후」를 기다리는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직은 4월이다. 지금처럼 정국이 혼미했던 87년 4월엔 호헌조치가 있었으나 그 뒤 정국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는 신한국당 李漢東(이한동)고문의 말은 정치권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물론 「태풍의 눈」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과 지난 92년 대선자금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보청문회다. 청문회 과정에서 현철씨의 국정개입과 92년 대선자금의 진상이 일부나마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은 일거에 태풍의 중심권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김대통령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그와 함께 김대통령의 장악력이 상실되면서 여권은 한동안 진공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여권의 위기극복카드로는 경선일정 및 대선후보 조기가시화와 김대통령의 탈당 및 거국내각구성 등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여권 내부의 의견도 통일되지 않아 내부분란만 자초할 우려도 있다. 야권 또한 내각제를 고리로 한 공조가 흔들리는 등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가 각각 제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 정치권의 유동성이 커지면 정계개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종필총재를 중심으로 구여권세력과 내각제동조세력이 규합할 경우엔 한시적으로나마 「신3김(金)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불확실정국의 요인은 비단 한보청문회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잠복 중이지만 정국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면 내각제개헌론과 권력분점론이 다시 고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경제난 심화는 민심이반을 가속화, 정치권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대통령의 사면문제나 대선에 대비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문제도 정국의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국당이 국회청문회와 검찰재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김대통령과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시국수습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도 청문회 이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청문회 이후」 정국이 시국수습방안을 발표하는 정도로 수습될 만큼 간단할 것 같지는 않다. 요즘 정국은 한마디로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 정국」이라 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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