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가입을 공식 지지한 것은 민간차원의 쌀지원 허용방침과 맥락을 같이하는 「대북유화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ADB가입은 남북관계개선과 함께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1년 李龍萬(이용만)당시 재무부장관을 통해 『가입조건을 갖춘다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국제금융기구가입이 초래할 개방바람을 우려한 북한은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오다가 지난해 말부터 경제난을 이기지 못해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북한은 지난해말 ADB총재비서실에 직접 가입희망의사를 전달했고 ADB측은 『북한이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회원이기 때문에 가입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ADB는 우리정부에 북한가입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고 우리정부는 이번에 姜慶植(강경식)부총리를 통해 무조건 지지의사를 전달하게 됐다.
현재 ADB는 56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12개 정이사국 중 하나로 지분에 따른 투표권이 큰 편이다. 우리가 반대하지 않을 경우 북한가입을 반대할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가입은 시간문제라는 게 정부측의 설명. 또 ADB의 주요 회원국인 미국과 일본은 4자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측 의사를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ADB자금지원조사단의 방북시기를 놓고 북한측이 「가입전」을 요구한 반면 ADB는 「가입후」를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 가입문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연내가입이 확실해진 북한이 ADB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개발자금 규모는 연간 약 1억∼2억달러이며 우선 연리1% 상환기간 40년의 장기저리 자금인 아시아개발기금(ADF) 지원대상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이 자금을 지원받으면 해당 프로젝트는 공개입찰에 부쳐야하고 사업의 진행과정을 ADB가 계속 점검하게 된다.
〈임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