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DJ밀담]與 『있을수 있는일』 野 『무슨소리』

  • 입력 1997년 4월 7일 20시 11분


지난달 26일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와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나눈 밀담내용이 본보 7일자에 보도되자 여야의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여권은 적극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은근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자세였고 국민회의측은 강하게 밀담내용을 부인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 청와대 ▼ 대부분의 비서실 관계자들은 7일 공식적으로는 『두사람 간에 나눈 얘기인 만큼 내용을 모르겠다』고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지난 1일의 여야 영수회담을 전후해 여야관계가 유화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할 때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얘기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이날 『밀담내용중 「한보문제를 적정처리하자」는 이대표의 제안은 결국 자신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당내 민주계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의중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특히 두사람간의 밀담내용이 이대표측으로부터 흘러 나왔다는 점 때문에 청와대내에는 이대표 진영이 정국주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 같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흥정의 색채가 짙은 밀담내용이 「대쪽」으로 상징돼온 이대표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이대표측이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신한국당 ▼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이날 공식논평을 통해 『비공개로 나눈 얘기인 만큼 그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사자인 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적정처리」가 마치 「적당처리」처럼 투영되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한보사태가 국정조사의 틀 안에서 적정처리돼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적당히 처리하겠다는 말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아무튼 당내 분위기는 크게 두갈래로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하필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을 증인으로 한 청문회가 시작되는 날 밀담내용이 보도된 탓인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표 진영 등 한편에서는 이 보도를 통해 이대표의 정치권내 위상이 높아졌다고 판단, 그리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 야권 ▼ 국민회의측은 밀담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며 혹시 자민련측 신경을 건드리지나 않을까 적지 않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국민회의는 특히 이대표가 밀담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보며 정치적 「저의」를 강하게 의심하는 눈치였다. 방미중인 金大中(김대중)총재도 현지에서 긴급보고를 받고 상당히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趙世衡(조세형)총재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 도중 김총재와 전화통화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대표가 먼저 「내각제를 반대하고 대통령제를 지지한다」고 얘기를 꺼냈으나 김총재는 그 자리에서 논의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대행은 또 『金賢哲(김현철)씨문제와 한보조사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그럼에도 이대표가 이런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는 것은 한보정국의 국면전환을 위해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韓光玉(한광옥)사무총장은 『辛卿植(신경식)정무장관을 통해 단독면담을 요청하고 이제와서 왜곡된 내용을 흘리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야권공조를 깨기 위한 저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에 강한 의구심을 표시하면서도 「이대표의 저의」 부분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민회의 한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상을 따졌으며 이에 대해 한총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동관·최영묵·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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