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한보 유원인수 청와대는 어떤 역할했나

  • 입력 1997년 4월 10일 19시 55분


청와대는 지난 95년 한보그룹이 유원건설을 인수할 때 어떤 역할을 했나. 9일 여야의원들은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李喆洙(이철수)전행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유원건설 인수과정에서의 특혜의혹과 청와대 개입여부를 집중추궁했다.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의원은 『증인은 한보가 유원건설 인수자로 결정된 사실을 사전에 청와대에 알려줬다』면서 『이문제로 청와대에 몇번이나 보고했느냐』고 물었다. 또 자민련 李麟求(이인구)의원은 『당시 도급순위 56위인 한보가 33위인 유원건설을 인수한 것을 두고 「송아지가 황소를 업었다」는 말이 돌았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이전행장은 당시 朴錫台(박석태)상무가 2,3차례 청와대로 가 尹鎭植(윤진식)경제담당비서관에게 「보고」가 아니라 인수경위를 「설명」한 일은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당시 金容鎭(김용진)은감원장에게 보고를 하고 나서 「청와대에도 보고할까요」라고 묻자 「그렇게 하라」고 말해 박상무를 윤비서관에게 보내 2,3차례 설명을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전행장은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의원이 『윤비서관과 자주 통화했느냐』고 묻자 『한보대출 문제로 한 일은 없지만 전반적인 업무관계로 하기는 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여야위원들은 이 문제를 놓고 큰 시각차를 보였다. 신한국당 李思哲(이사철)의원은 『당신이 뇌물(1억원)을 먹은 것이 뒤가 구려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洪仁吉(홍인길)수석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했다. 야당위원들은 보충질의를 통해 『당시 청와대가 반대했으면 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하지 못했을 것 아니냐』 『홍인길 韓利憲(한이헌)전수석 등의 압력이 있지 않았느냐』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전행장은 그러나 『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한 것은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선은 됐으며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간섭하거나 압력을 넣은 일은 없다』고 딱 잡아뗐다. 또 야당위원들이 보고할 의무도 없는 은행이 왜 청와대에 보고를 했느냐고 따지자 『중요한 사항은 관례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위원들은 이전행장을 상대로 『증인과 같이 불행한 은행장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지만 그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이전행장은 李忠範(이충범·전 청와대사정비서관)변호사와 한보그룹 고문변호사인 許正勳(허정훈)변호사를 제일은행 고문변호사로 위촉한 사실은 시인해 눈길을 끌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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