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수사 스케치]검찰,「鄭리스트 축소설」 발끈

  • 입력 1997년 4월 11일 20시 11분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시작된 11일 오후 3시20분경 소환대상자 33명중 가장 먼저 출두한 자민련 金龍煥(김용환)의원은 검은색 아카디아 승용차편으로 동료의원들과 함께 대검청사에 도착. 김의원은 차에서 내린 뒤 대검청사 현관 앞과 로비 1층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잠시 포즈를 취하면서 『정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난 적도 없다』며 금품수수설을 부인. ○…김의원은 『검찰의 정치인 소환결정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뒤 심경을 묻자 『글쎄요』라고 짤막하게 답변. 자민련은 이날 사무총장인 김의원의 당내 위상을 고려해 법조인 출신 李健介(이건개)의원과 韓英洙(한영수)부총재 등 동료의원 5명과 당직자 20여명을 대거 동원했는데 대전고검장 출신의 이의원 등은 김의원이 10층 조사실로 향하자 7층 대검 중수부장실에서 5분간 담화. ○…정치인 소환조사에 들어간 대검중수부 수사팀은 지난 10일 오후부터 11일 오전 2시까지 洪仁吉(홍인길)의원 등 이미 구속된 정치인들을 대검청사로 불러 보강조사를 벌이는 등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에 대비. 수사팀은 홍의원 등을 상대로 정총회장의 뇌물 전달수법과 장소, 구체적인 청탁방법 등 로비수법을 자세하게 캐물으며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들의 소환에 대비해 모의신문을 벌이고 빈틈없는 신문전략을 숙의했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언.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은 「정태수 리스트」에 검찰이 발표한 33명 이외에 25명이 더 있다는 일부언론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그렇게 자신있으면 당적까지 공개하지 그러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 다른 수사관계자는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 수를 밝힌 것은 정치권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지 숫자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주문.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에 대한 전면 소환수사를 결정하기까지 검찰내부에서는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는 후문. 찬성론자들은 『지난 7, 8일 정총회장과 金鍾國(김종국)전한보그룹재정본부장이 청문회에서 일부 정치인들에게 돈을 준 것을 사실상 시인, 국민들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당장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제기했다는 것. 반면에 반대론자들은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이름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을 함부로 공개소환하는 것은 검찰이 할 일이 아니다』며 수사불가 입장을 고수해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김재호·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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