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 조사와 한보 「몸통」

  • 입력 1997년 4월 11일 20시 11분


검찰이 어제부터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33명을 공개리에 소환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뒤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이들 정치인들을 검찰이 진작 빠짐없이 소환 조사했다면 의혹은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지모른다. 또민주계등 특정 정치세력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다는 반발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정치인 운명을 좌우하는 것처럼 된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한점 의혹없이 진실을 밝혀 정경유착의 검은 비리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소환대상자중 많은 이들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돈받은 사실은 시인하고도 자신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여기에 검찰조사가 일부 정치인에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통과의례가 될 것이란 말도 나돈다.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만약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죽이는 식의 조사가 되면 분노의 화살은 바로 검찰에 날아간다.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거듭 당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중에는 정치인 조사가 한보 「몸통」을 가리려는 초점흐리기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특혜대출의 진짜 배후인 「보이지 않는 손」, 즉 의혹의 본체를 덮으려고 관심을 정치인 쪽으로 몰고 간다는 의심이다. 리스트내용이 조금씩 새어 나온 뒤 음모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특위위원 일부가 사퇴소동을 벌이는 것도 심상찮다. 이런 의심을 떨치려면 정치인 조사는 그것대로 철저히 하되 한보사태 본질규명에도 소홀해선 안된다는 점을 검찰은 잊지말아야 한다. 金賢哲(김현철)씨 의혹도 마찬가지다. 주변 수사는 어느정도 진전이 있는지 모르나 명쾌하게 진상을 밝힌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 변죽만 울리고 끝낼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불거진 모든 의혹을 철저히 캐내야 한다. 검찰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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