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전역 「아사 공포」…하루 풀-옥수수 죽 한끼

  • 입력 1997년 4월 11일 20시 11분


서방기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의 기아실태를 취재하고 온 유에스에이 투데이지(紙)의 바버라 스레이빈 기자는 11일자 북한 기행기에서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북한의 아사와 기아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레이빈 기자는 신의주 부근 용윤에 있는 고아원에서 지난 겨울 엄마들이 죽어 고아원에 맡겨진 9명의 아기들이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이들도 영양실조에 걸려 곧 엄마의 뒤를 따라갈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또 이 고아원의 원장인 시매선은 『엄마들이 죽어 맡겨진 고아의 수가 지난해에는 80명이었으나 올해는 벌써 40명』이라면서 『우리는 정말 먹을 게 필요하다』고 간절히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 평양북방에 있는 안주에서는 풀뿌리를 캐고 있었던 김명희(14)가 하루에 풀뿌리와 가루 옥수수로 끓인 죽 한끼밖에 먹지 못한다고 말했으며 스레이빈 기자는 심지어 나무뿌리 지푸라기까지 끓여 먹는 광경을 직접 봤다고 전했다. 스레이빈기자는 평양당국으로부터 이례적으로 허가를 얻어 토니 홀 미국 하원의원 일행과 함께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동안 평양에서부터 신의주에 이르는 지역을 답사했다. 그녀의 기사에 따르면 신의주병원에서는 환자들은 하루에 4백50g까지 배급받고 있었으나 의사들은 1백g밖에 음식을 배급받지 못해 의사들까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이 병원에서 사망률은 올해 15%까지 증가했다는 것. 이밖에 평양에서 만난 루나 쇠렌센 유엔아동기금(UNICEF)직원으로부터 희천이라는 이름의 시 전체 8천8백명의 7세이하 아동중 3천4백명이 성장을 멈췄으며 7백50명이 영양실조, 1백40명은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그녀는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아사직전의 상태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놀랄 만큼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평양에서는 김일성의 85주년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매스게임을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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