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사퇴이후 與표정]잡히지 않는 「이신범 불길」

  • 입력 1997년 4월 11일 20시 11분


갑자기 신한국당내에 붙은 「李信範(이신범)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의원이 『당지도부가 「鄭泰守(정태수)리스트」를 즐기고 있다』며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 위원직을 사퇴한 10일 제대로 입장을 정하지 못했던 당지도부는 11일 본격 진화에 나섰다.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이날 李會昌(이회창)대표 주재로 열린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청문회운영과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당지도부에 맡겨주고 특위위원직을 사퇴한 이신범 金在千(김재천)의원은 계속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지도부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의원의 사퇴이유를 「한보청문회의 제도적 한계성에 대한 반발」로 규정, 이대표체제에 대한 민주계의 반발이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당지도부의 「희망사항」을 대변한 셈이었다. 朴熺太(박희태)원내총무도 회의에서 『두 의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퇴만은 만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사정은 「이신범 불길」을 조기에 잡고 싶어하는 지도부의 희망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당사자인 이의원은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의 거듭된 호출에도 응하지않은채이날 오전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이대표가 자신의 대권전략 차원에서 崔炯佑(최형우) 金德龍(김덕룡)의원 등 주로 민주계 핵심인사들이 거론된 「정태수 리스트」를 즐기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에서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사람은 이대표와 박사무총장. 특히 민주계인 박총장은 이만저만 난처한 것이 아니다. 사무총장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민주계로부터 「양해」를 받아놓은 상태이긴 하나 「한솥밥」을 먹은 민주계가 「줄초상」을 치르고 있는데도 뾰족한 「구명(救命)」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태수 리스트」로 위기의식이 고조돼 있는 민주계는 노골적으로 「반(反)이회창 정서」를 드러내며 이대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의원이 10일 『그런다고 민주계가 다 죽는 줄 아나…. (이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밀 수도 있어』라고 던진 말은 사실 상당수 민주계 인사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야권까지 신한국당의 내홍(內訌)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즐기는 표정이어서 당지도부의 표정에는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보청문회 와중에서 돌출된 「이신범 불길」은 사안의 성격상 「정태수리스트」 파문과 맞물려 있어 신한국당의 속사정은 갈수록 복잡해질 전망이다. 〈김창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