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현지 특종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길림성 부근에 난민수용소를 은밀하게 마련해 뒀다고 한다. 북한사태 발발에 대한 만반의 준비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도 만약의 사태를 위해 월맹인 수용소를 은밀하게 마련해 두었던 중국이라 그들은 대북사태에 대해서도 용의주도하다. 러시아나 일본 정부도 이런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을 짜놓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북한의 여러가지 사태에 관해 가장 현실적인 고급정보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취하는 대북사태 대비를 눈흘겨 볼 일이 아니다. 북한주민의 탈출에 대비해 중국이 응당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묻고 싶을 뿐이다. 북한의 이것 저것에 대해 잡다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실제로 북한의 사정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는 것은 별로 없다. 외국의 유명인사나 국내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북한이 곧 무너진다는 정도다. 사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대로 감을 잡고 있는 국민도 없다.
이에 대해 정부의 변명 역시 군색하다. 남북통일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이나 틀은 잡혀 있고 그것을 실행할 부처별 각론을 점검한다는 정도다. 부실하다는 말의 속다른 표현들이다. 북한해체에 대비한 각론은 있어야겠지만 설사 만들어졌다손 치더라도 그것의 실제 쓰임새는 별로 신통치 않을 것이다. 여름철 갑자기 들어닥친 물난리 때마다 우리가 겪었던 재해를 생각해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모든 각론들이 고비용 저효용적인 것들이었다. 북의 난민이 연변으로 연해주로 산으로 바다를 통해 남으로 내려올 때 만의 하나 홍수나 산불사태를 막는 식의 재해대책으로 대처한다면 일은 끔찍해질 것이다.
이제는 각론 만들기에 시간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 미완성의 것이라도 그 각론에 기초한 모의실험이나 예행연습과 같은 시뮬레이션이 더 급하다.
그런 것을 통해 부족한 것. 잘못된 것을 다시 보충하면 더 좋은 각론으로 다듬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궁금증을 풀어주고 국민을 동참시킬 수 있는 그런 대북 관리대책과 홍보가 필요하다.
黃長燁(황장엽)북한 노동당비서의 서울도착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대북문제에 관해 쉬쉬할 때는 이미 지났다. 북한 주민을 위한 식량제공의 문제가 그렇고 남북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자세 가다듬기 등. 이 모두가 국민들의 동의와 동참을 필요로 한다. 황비서의 서울 도착과 그의 이야기꾸러미도 이런 시각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한준상(연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