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를 놓고 韓美(한미)간에 논란의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에는 미국 합참의장 샬리 카슈빌리대장, 10일에는 코언국방장관이 사흘 간격으로 서울을 방문하여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구매를 촉구하는 파상공격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세계무역기구(WTO)시대로 접어든 이 시점에서 우리의 무기구매도 이제는 과거의 미국 일변도 구매행태에서 벗어나 자유시장경쟁 원리에 근거하여 값싸고 성능이 좋으며 기술이전도 가능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러시아의 동급 미사일인 S300과 비교하여 갖는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 美의 「패트리어트 압력」 ▼
걸프전 당시 러시아 군수담당 부총리였던 블라소브는 차관 15억달러 교섭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 인공위성에서 탐색한 결과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사거리 60㎞에 명중률 40%이고 S300은 사거리 1백50㎞에 명중률 50%이며 패트리어트 한 세트의 가격은 7억∼8억달러인데 반해 S300은 6억∼7억달러에 불과하며 한국이 원한다면 기술이전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이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약 15억달러)을 적절히 활용하여 러시아의 S300은 물론 수호이35 전폭기, 소형 원자력잠수함 공동건조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옐친대통령 특별보좌관 유리 바투린이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를 통한 무기구입은 한미 무기체계의 호환성과 지휘통신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미국측의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 한 예로 걸프전 당시 미국의 슈와츠코프사령관의 연합지휘체계 안에서 영국의 토네이도 전투기, 프랑스의 미라주, 러시아의 미그29가 연합작전을 훌륭히 수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무기체계는 도입시 기술이전 보장으로 민간산업분야에도 파급효과를 주어야 하며 기술이전 없는 단순구매는 동종의 성능 좋은 신무기가 등장하게 되면 쓸모없는 쇳덩이에 불과하게 된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 단 한발로 영국 구축함 인빈서블호를 침몰시키자 대처총리가 미테랑대통령에게 지원을 호소하여 아르헨티나가 사용하는 엑조세의 순항을 교란시켜 나머지 미사일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기술이전 없는 무기도입의 허점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라 할 수 있다.
이제 한국군도 고전적 한미동맹체제에서 벗어나 협력할 것은 하고 노(No)할 것은 분명히 하는 독자성을 가진 동맹군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10억달러에 가까운 2개 대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도입한다면 이는 우리 국방예산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조원 규모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값 비싸고 기술이전도 안되며 곧 낡게 될 무기체계에 10억달러를 투입하는 것은 결국 한미 무역역조와 외채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 예속적인 동맹 틀 깨야 ▼
최근 한국정치의 혼란을 틈타 무역제일주의로 무기구매를 밀어붙이는 미국에 한국정부 국방전문가 군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여러가지 정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사일 구매계획 자체를 유보하는 유연하고도 뚝심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차제에 미국정부도 70년대에 6%, 80년대 16%이던 한국 대학생들의 반미감정이 90년대 들어와 36%로 급속히 증가한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70,80년대 반미감정의 원인이 독재정권에 대한 비호 때문이었다면 90년대의 반미감정은 무역분야에서 미국의 지나친 국익추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평길 <연세대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