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취임후 첫 지방나들이에 나섰다가 현지 당직자 및 당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또 16일 오후에 가진 초선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당의 장래와 관련,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5일 대전 충남 시도지부를 방문한 이대표에게 현지의 일선 당직자들은 『대표 취임후 이대표가 뭘 했느냐』 『당명을 바꿔야 한다』 『金賢哲(김현철)씨를 구속하지 않으면 당이 살 수 없다』는 등 당지도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뜻을 밝혔다.
비록 지방 일선조직으로부터 나온 목소리였지만 민의의 흐름과 맥을 함께하는 성격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이대표도 의외의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방문지인 대전 충남은 이대표의 연고지라는 점에서 당직자들도 심상치 않은 기류로 보는 분위기다.
당진지구당의 한 당직자는 『이대표가 힘있게 밀어붙일 줄 알고 어마어마한 희망을 가졌는데 실망했다. 金德龍(김덕룡)의원 패거리의 성화에 못이겨 대통령을 만난 게 화근이 됐다』며 『언제까지 당을 미적지근하게 끌고갈 것이냐』고 이대표를 겨눠 직격탄을 쐈다.
이른바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대한 검찰조사와 관련, 당내 민주계의 「음모설」 등 반발에 부닥치자 지난 12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긴급 면담한 자리에서 한보사건의 조기매듭을 건의한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대전 서구갑지구당의 한 당직자는 『국민들은 우리 당이 고통과 아픔만 주는 매울 「辛(신)」자 신한국당으로 알고 있다』며 『환골탈태하는 심정으로 당명을 바꾸는 것을 대통령과 상의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청양 홍성지구당의 한 당직자는 『현철씨를 구속하지 않고서는 당이 살 수 없다. 전직대통령 두명이 구속됐는데 (현철씨가)죄가 없다고 해서 묻어두면 민심을 붙잡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대표는 『마치 야당당사에 온 기분이다. 한보사건으로 국민들의 좌절과 실망감이 크다는 것을 당원들을 통해 알게 됐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이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당내 불만과 민심이반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이대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대표는 우선 16일과 17일 초선의원 전원을 두 팀으로 나눠 만난다. 곧이어 당사무처 실국장 등 1급당직자 62명을 여섯팀으로 나눠 연쇄적으로 간담회를 갖는 등 당내부 추스르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