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민주계쪽을 겨냥하는 듯했던 검찰의 「鄭泰守(정태수)리스트」 수사 칼끝이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되면서 신한국당내 민주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음모설」은 잠잠해졌다.
대신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최대 원군이었던 金潤煥(김윤환)고문이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이대표체제 출범과 함께 임명된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 朴鍾雄(박종웅)기조위원장 羅午淵(나오연)제2정조위원장 등 핵심중간당직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자 「역(逆)음모설」마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검찰의 「정태수 리스트」수사에 따른 계파간의 대차대조표가 달라지면서 당내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회창―김윤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들이 당 주변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대표측과 가까운 한 당직자는 16일 『이대표가 김고문과 다소 거리를 두려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당직자는 또 『이대표가 김고문과 너무 빨리 손을 잡은 게 큰 실책』이라며 『이대표와 김고문의 연대가 민주계의 의구심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표가 순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사실상 「이대표 지지선언」을 했던 김고문측도 이대표에 대한 시각이 예전같지 않다. 이대표의 정치력에 불안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대표는 취임이후 김고문으로부터 수시로 정치적 자문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인 수사 조기종결 주장과 이를 건의하기 위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긴급면담 요청 등도 김고문과의 의견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와 김고문은 현재의 신한국당을 운영하는 사실상 두 축이라는 게 당관계자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당직자들도 대부분 「이회창사람들」과 「김윤환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두 사람의 관계소원 기미는 가뜩이나 불안한 당지도부의 안정감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