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盧씨 확정판결과 사면

  • 입력 1997년 4월 17일 20시 45분


대법원이 12.12는 군사반란으로, 5.18은 내란으로 재확인하고,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각각 확정 선고했다. 동시에 전, 노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은 뇌물수수죄를 적용, 전액 추징키로 했다. 이로써 문민정부의 과거청산 작업은 일단 끝을 맺고 바로 어제까지 우리 삶을 지배했던 강압적 군부 권위주의와 그 어두웠던 시대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기게 됐다. 전, 노씨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말할 것도 없이 짓밟히고 넘어진 정의를 이 땅에 새롭게 일으켜 세우려는 작업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힘이 법을 유린하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한 교훈을 얻자는 국민적 합의를 실천한 것이다. 그러나 12.12 5.18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은 「성공한 쿠데타」의 단죄라는 의미와 함께 미뤄뒀던 난제 하나를 불가피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물밑 현안으로 여론의 눈치를 살펴온 전, 노씨 사면(赦免)문제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이 문제의 사법적 해결이 가능해졌고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공론화를 통해 결론에 접근할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그동안 여권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간간이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띄워 올렸다. 청와대 실무진이 구체적으로 사면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실 전, 노씨를 구속하고 법정에 세운 것은 왜곡된 역사가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한 것이지 맺힌 원한을 보복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법의 정신이 기본적으로 징벌에 있지 않고 화해에 있는 것이라면 두 사람을 형량대로 감옥에 가둬두는 것이 과거청산을 완결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전, 노씨 두사람은 국민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한동안 이 나라를 통치했던 전직 대통령들이다. 전씨는 억압통치 속에서도 외채를 줄이고 물가를 한자리 숫자로 잡아 경제를 안정시킨 일면의 공이 있고, 노씨는 군부 권위주의의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과거가 수치스럽고 원망스럽다고 해서 일부 긍정적인 측면까지 모조리 부정하고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둬둔 것이 자랑일 수도 없다. 이미 1년반을 구치소에서 보낸 전, 노씨 두 사람은 이제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들은 나이 70을 눈앞에 두고 있다. 朴正熙(박정희)정권 시절부터 전, 노정권에 이르기까지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았던 동아일보가 그들의 사면을 제안하는 것은 증오가 아니라 화합과 관용이 국가를 분열에서 통합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 노씨 사면 여부는 전적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문제다. 이제 김대통령으로서는 현안의 한보사태든 賢哲(현철)씨 의혹문제든 전, 노씨 사면문제든 자신의 임기 내에, 그것도 가급적 빨리 분명히 매듭짓는 것이 좋다. 남은 임기동안의 효율적 국정운용을 위해서도 그렇고 21세기를 맞을 차기 정권이 다시 과거에 발목이 붙잡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전, 노 두 전직 대통령도 역사와 국민 앞에 진실로 회개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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