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중진들 줄줄이 소환조사 『울고 싶어라』

  • 입력 1997년 4월 17일 20시 46분


요즘 신한국당내 민주계 의원들에게 「우리가 남이가」 「뭉쳐야 산다」는 소리가 과거 어느때 보다 절실하게 들린다. 급기야 계파 단합의 중추격인 徐錫宰(서석재)의원이 한보자금 수수의혹사건에 휘말려 17일 검찰에 소환됐다. 金德龍(김덕룡) 朴鍾雄(박종웅) 金正秀(김정수)의원과 文正秀(문정수)부산시장 등이 이미 검찰조사를 받았다. 앞으로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 金命潤(김명윤)고문도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를 받게 돼 있다. 계파 좌장격인 崔炯佑(최형우)고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오래다. 정권창출을 외치며 기염을 토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졸지에 계파 전체가 난파선의 형국을 맞게 된 셈이다. 민주계의 한 중진은 17일 『현재 정치권 전체가 「공황상태」를 맞고 있지만 역시 최대 피해자는 민주계』라며 허탈해 했다. 「민주계 위기론」이 확산되자 그 반작용으로 「민주계 단합론」을 외치는 자구(自救)의 목소리가 높지만 얼마나 현실적일는지 계파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11일의 민주계 중진 6인 회동에 이어 12일에는 중진 12명이 만나 『한보수사가 「본질이 아닌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찾을 만한 상황도 못된다. 姜仁燮(강인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까지 나서 16일 낮에는 서석재 김정수 신상우(신상우)의원 등과 만난데 이어 밤에는 민주계의 뿌리인 구(구)통일민주당 위원장출신 80여명이 모인 자리에도 참석했다. 민주계는 빠르면 내주 중 계파내 각 소계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통합사무실을 개설, 본격적인 계파 결속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 뿐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구심점」이 어디 있느냐는 지적이 무성하다. 최고문의 와병으로 선장을 잃은데다 한보와 무관한 중진을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민주계 내부에는 상처받은 1세대를 대신해 뉴리더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세대교체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세(實勢)들의 「집단지도체제」 방식으로 계보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육책으로 제기되는 형편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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