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황장엽씨가 김구선생이라도 되나』 쓴소리

  • 입력 1997년 4월 21일 20시 12분


黃長燁(황장엽)전 북한노동당비서 망명사건을 계기로 자민련의 「보수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金鍾泌(김종필)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황씨의 사죄를 촉구한데 이어 자민련은 21일에도 간부회의를 열어 황씨의 「뜨뜻미지근」한 사과표명과 「애매모호」한 입국동기 등을 집중 지적했다. 당직자들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망명도, 귀순도 아니다』는 황씨의 불분명한 태도. 일부 당직자들은 위장귀순의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당국의 신중한 대처를 주장하기도 했다. 鄭石謨(정석모)부총재는 『황씨의 입국동기가 모호하다』면서 『위장간첩 이수근사건과 유사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은 『황씨를 마치 남북협상을 위해 평양에 갔었던 金九(김구)선생의 역할과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총재도 이날 김해 김수로왕릉에서 열린 가락국시조 춘향대제에 참석했다가 수행한 沈良燮(심양섭)부대변인을 통해 별도의 논평을 지시했다. 논평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황씨에게 남북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황씨는 평생을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게 충성하다가 도망쳐온 망명객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자민련이 이처럼 연일 황씨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유일보수」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황장엽 리스트」가 불러올 파장에 온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으나 「자민련만은 예외」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도 한편으론 「황장엽 소용돌이」에 자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민련이라고 영향권밖에 머물 리 없는 데다 무엇보다 황씨는 여권의 수중(手中)에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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