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로부터 5천만원을 수수, 검찰 조사까지 받은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은 요즘 자신의 의장직 사퇴여부 외에도 고민거리가 하나 더 있다.
검찰은 「정태수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 33명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면 해당 정치인들의 명단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장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김의장은 자신이 재판장 겸 피고인이 되어 자신의 「도덕성」을 심판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물론 국회법상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발의권이 의장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 20명 이상 또는 윤리위원 5명 이상의 발의가 있거나 윤리위원장이 직접 회부할 수도 있다. 邊精一(변정일)국회윤리위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이 해당 정치인들의 명단을 통보해오면 윤리위원들과 협의하겠지만 이미 검찰소환과 언론보도로 정치생명과 명예에 결정적 타격을 입었는데 윤리위 회부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의장의 경우 돈을 받을 당시(92년)엔 국회의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윤리위 회부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변위원장과 국회의장실의 유권해석이다.
그렇다 해도 입법부 수장(首長)으로서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의원들의 윤리위 회부문제를 못본체하고 넘길 수 없다는 데 김의장의 고민이 있다. 단순히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청렴의무」 「이권운동 금지의무」를 위반한 의원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도의나 국민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의장실 관계자들이 『검찰이 꼭 국회의원 명단을 통보한다는 얘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은근히 검찰이 명단통보를 하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도 그런 고민의 입증이다.
〈김창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