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야의원들은 鄭源根(정원근)한보그룹 제약부문회장을 상대로 金賢哲(김현철)씨와의 유착관계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정씨는 이날 현철씨와 세차례 만나 한번은 룸살롱에 함께 2차를 간 일도 있다고 현철씨와의 친분관계를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이권을 따내거나 대출을 받기 위해 현철씨를 상대로 청탁을 한 일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정씨는 『고려대 2년 선배인 현철씨를 청와대 김현호과장(행정관)을 통해 처음 만나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95년 봄 김과장의 권유로 고려대 동문모임에 갔다가 그와 현철씨가 처음 만났지만 당시 사업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1차를 끝낸 뒤 정씨는 모임에 참석한 현철씨 등 6,7명과 함께 서울 R호텔 건너편의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정씨는 룸살롱에서 현철씨에게 대출부탁을 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당시에는 (자금사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와 현철씨는 서로를 「선배님」 혹은 「김소장님」, 「정회장」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두차례 만났을 때의 화제도 주로 학창시절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만 나누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두차례의 동창모임 외에 지난 1월 11일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현철씨와 마주쳤지만 그때는 아예 얘기도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철씨와의 친분설이 나돌면서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엉뚱한 주장도 폈다. 한보와 현철씨가 가깝다는 루머 때문에 청와대 김과장으로부터 『현철씨와 만나는 것은 좋지만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성」 발언을 여러차례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후 그는 『그런 자리(현철씨가 참석한 자리)에는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비자금 사건으로 아버지가 구속된 이후에는 현철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