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최근 당내 대구 경북(TK)출신 의원들의 심상찮은 행보와 관련, 내홍(內訌)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일 金鍾泌(김종필)총재 주재로 열린 자민련 당무회의에서는 최근 朴浚圭(박준규)최고고문을 비롯, 당내 TK의원 9명이 모여 독자적인 진로를 모색한데 대한 주류측의 강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날 논란의 시발은 이른바 「黃長燁(황장엽)리스트」에 대한 朴哲彦(박철언)부총재의 견해차에서 비롯됐다. 「TK 9인모임」을 사실상 주도한 박부총재는 「황리스트」의 악용가능성을 강조하며 『정부기관에서 리스트를 조작해 진보세력과 야당탄압에 이용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리스트가 있다면 철저하게 밝혀 친북(親北)세력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자민련의 단호한 입장과는 다소 다른 내용.
이에 李健介(이건개)의원이 『어제 외무통일위에서 국민회의 의원들은 황리스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는데 나는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반론을 내놓았다.
이같은 논란은 급기야 「TK의 독자행보」로 옮겨갔다. 李大燁(이대엽)당무위원은 『최근 언론에 TK의 움직임이 보도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걱정이 많고 힘을 뭉쳐야 할 때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TK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TK모임의 「대변인」격인 박부총재가 나서 우선 『과장된 부분이 많다』며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 이야기를 가지고 전체로 확대하는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하며 당내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평소의 지론을 거듭 피력했다.
그러나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다』는 박부총재의 설명에 수긍하는 의원들은 많지 않은 듯했다. 결국 TK출신 원외위원장인 崔雲芝(최운지)당무위원이 『만나서 얘기할 수는 있지만 잘못 보도돼서는 곤란하다』고 정리했고 김총재는 TK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없이 회의를 마쳤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