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한보정국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택해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입장표명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대통령의 입장표명의 「수준」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김대통령이 어떤 내용까지 얘기할 수 있을까 △김대통령이 공사(公私)조직을 포함해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지출한 비용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우선 신한국당은 김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의 규모에 관해서는 말할 수 있을 만한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대선자금의 집행구조상 후보가 대선자금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崔炯佑(최형우)의원이 책임지고 있던 「민주산악회」나 徐錫宰(서석재)의원이 관장하고 있던 「나라사랑 실천운동본부」(나사본)는 별개로 치더라도 공조직인 민자당의 대선자금지출구조가 키보드 하나만 누르면 전모가 한 눈에 드러날 만큼 단순명료하지 않았다는게 당시 관계자들의 기억이다.
중앙조직만 해도 기획위원회(위원장 崔秉烈·최병렬) 홍보위원회(위원장 朴寬用·박관용) 밑에 유세단 홍보단 직능단을 비롯한 25개 사업단이 있었다. 또 직능단 하나만 보더라도 산하에 △이북5도 △종교 △여성 등을 담당하는 하부조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종교도 불교 기독교 가톨릭 등으로 세분화돼있어 심지어 선거대책 본부장이었던 金榮龜(김영구)당시 사무총장이나 종합상황실장이었던 金榮珍(김영진)기조실장 조차도 각 사업단의 예산규모나 지출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영진 당시 종합상황실장은 『포괄적인 선거비용 지출기획도 하고 통제도 했지만 실제로는 각 사업단이 당 재정국에서 돈을 타갔다』며 『선거운동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언제 예산집행 내용을 챙기고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선거본부의 핵심관계자로 일했던 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도 『혹시 검찰이 당시 김영삼후보 진영에 선거자금을 갖다 준 기업들을 조사해 전체 수입규모를 밝혀내면 모를까 대선자금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대통령이 밝힐 내용에 대해서도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김대통령이 92 대선자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한다면 「당시 선관위 신고액(2백84억원)은 물론 법정선거비용 제한액(3백67억원)을 훨씬 넘길 만큼 엄청난 규모의 대선자금을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반성겸 체험고백과 함께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뿐만 아니라 만약 金賢哲(김현철)씨가 사법처리되고 법정비용을 초과해 대선자금을 지출했다는 사실까지 자인(自認)할 경우 헌정중단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청와대의 92년 대선자금공개 움직임에 냉소(冷笑)를 보내고 있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