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는 지난 95년 말과 지난해 말 두차례에 걸쳐 92년 대선자금 공개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취임이후 야권의 끊임없는 대선자금 공개요구를 일축해왔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지난 95년 말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뒤 대선자금 공개를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노씨로부터 20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고백, 선수를 치자 김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대선자금 문제를 차제에 해결하고 넘어가자는 결심을 했다는 것.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92년 당시 조성했던 대선자금의 전체규모와 내용 등을 은밀히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당시 선거자금 조성창구가 당 외에 사조직 캠프 등 여러갈래로 나뉘어 있어서 전체 조성내용 파악이 어려웠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어설프게 확인된 부분만 공개했다가 나중에 공개하지 않은 대선자금 부분이 불거질 경우에는 도리어 축소은폐했다는 비난과 함께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판단, 공개불가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후 대선자금 공개 문제는 불가능한 일로 치부되면서 한동안 잠잠했으나 지난해 말 다시 여권 일각에서 청와대에 대선자금 공개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임기를 1년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임기후 차기정권에서 이를 문제삼는 사태를 막을 수 있으며 연초 연두기자회견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라고 건의했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내에서 『야당은 공개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하느냐. 우리만 공개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의견이 우세했고 김대통령 역시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대선자금 공개 논의는 다시 수그러들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