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DJ)총재와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JP)총재가 지구당행사 등에서 내각제개헌 합의와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장외공방」을 벌이는 등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김대중총재는 23일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해 내각제를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전당대회에서 그렇게 변화할 수 있는 결의를 받아 후보단일화와 내각제문제를 일괄타결하는 협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즉 「5.19」 전당대회에서는 대통령후보가 당론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는데 그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종필총재는 지난 22일 『상호 정강정책에 합의볼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단일화가 어렵다』며 국민회의의 당론변경이 협상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은 내달초 전당대회 준비기구를 발족시키면서 『국민회의가 전당대회에서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으면 단일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호한 입장을 천명할 방침이다.
이같은 두 김총재의 장외공방은 지난해 11월 김대중총재와 자민련 金龍煥(김용환)총장간의 「목동밀담」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양당간 협상을 본격화하기에 앞선 「샅바싸움」의 성격이 짙다. 최근의 논란은 「누구를 단일후보로 내세울 것인가」 「내각제개헌시기 및 권력분담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초반 힘겨루기인 셈이다.
이같은 줄다리기의 이면에는 『내각제에 먼저 합의해주면 여당과 일을 꾸밀지 모른다』 『내각제에 합의해주는 대가로 DJ로 단일화하자는 꿍꿍이속이다』는 서로에 대한 경계심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사정들 때문에 두 김총재는 후보단일화의 시한과 단일화 실패시의 행보에 대해서도 상이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단일화시기에 대해 DJ는 『7, 8월쯤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며 다소 서두르는 인상이고 JP는 『선거 전날까지만 단일화하면 된다』면서 가급적 늦추자는 태도다.
또 단일화에 실패했을 경우의 행보와 관련, DJ는 『안된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는 반면 JP는 『독자적으로라도 나가서 국민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