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정대철]『새 인물은 나밖에 없다』

  • 입력 1997년 4월 27일 20시 08분


鄭大哲(정대철)국민회의 부총재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지난 25일 후보등록을 마침으로써 오는 5월19일 국민회의 전당대회에서 「제1야당의 대통령후보」자리를 놓고 金大中(김대중)총재와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된 정부총재는 자신을 「김총재보다 경쟁력이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총재가 (대통령후보로)나서면 수평적 정권교체가 또 안된다는 것이 여러 여론조사의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 당 대의원들은 물론 국민도 야당 대통령후보로는 「젊고 새로운 인물」이 나설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고 말할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기도 했다.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소감은…. 『정치생활 21년만에 제1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 나서게 됐다. 이 시대의 소명은 야당으로의 수평적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이 정대철이가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왜 김총재는 안되고 자신이 돼야만 한다는 것인가. 『내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내가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돼야만 지역적 편중성을 극복할 수 있다. 김총재가 후보가 되면 역시 호남지역에서만 표가 나온다. 그것은 그동안 김총재의 대권도전 3수에서 이미 드러난 결과다. 하지만 이 정대철이가 나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호남표는 물론 전국적으로 골고루 표가 나올 것이다. 둘째, 20, 30대의 젊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60% 가까이 되는데 내가 이들에게 설득력이 더 있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데도 젊은 내가 김총재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김총재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경쟁력」을 갖춘 후보라는 말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국민은 「새사람」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김총재보다는 그 기대치에 더 근접해 있다. 김총재와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가 「제3후보」를 민다면 정권교체가 확실하다는 것이 동아일보를 포함한 각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문제는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국민회의에서 김총재와 경쟁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지적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게임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경선준비에 나서고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사흘만에 전체 대의원 수의 14∼15%나 되는 대의원들로부터 추천서명을 받아냈다. 대의원들의 밑바닥 정서는 국민 정서와 같다. 대의원들은 김총재에 대한 「지지」와 「당선가능성」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김총재를 내세워봤자 또 안된다」는 것이 밑바닥 대의원들의 공통된 정서다. 지금 밑바닥에서부터 이런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선거혁명과 민주주의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정부총재가 이겨서 후보가 되면 김총재가 지원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 되면 김총재가 선거대책위원장이라도 맡아 전폭적으로 밀어줄 것으로 믿는다. 그럴 경우 그것 자체가 대단한 사건이 될 것이다. 지난 71년 대통령선거 때 선친(鄭一亨·정일형박사)이 당시 후보로 뽑힌 김총재를 위해 선거사무장 역할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 내가 후보가 되고 김총재가 내 선거사무장이 돼 준다면 대단한 폭발력을 보일 것이다』 ―김총재의 「대권 4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민주화투쟁의 역정 등으로 볼 때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당선가능성이 내가 더 높다는 것 뿐이다. 김총재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그때부터 김총재에게 「4.11총선 때 야당이 서울에서 패배한 것은 서울시민이 김총재에게 야권분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며 이른바 DJP단일후보는 여당후보에게 질 뿐 아니라 당위성도 없다」는 점을 누차 설명했다』 ―대통령이 돼보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 『정치를 하다보니 어느 땐가 기회가 오면 야당 총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큰바위 얼굴」을 찾을 계획이었는데…. 결국 인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뜻, 하늘의 뜻에 의해 결정되는 것같다.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왔다』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21세기를 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고 본다. 특히 새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은 어떤 것들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비민주적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개혁적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전기를 맞이할 남북관계에 관심과 비전이 있어야 하고 국제화 세계화의 방향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통합과 화합을 이루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3김 청산」이냐, 아니냐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시대와 국민이 그것을 원하고는 있지만 인위적인 「3김 청산」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후보가 되면 「3김 청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아니냐』 ―4.11총선에서 낙선한 것이 이번 경선과정에서 부담이 되지는 않겠는가. 『대단한 부담이다. 총선이 끝난 뒤 자기숙고와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두번째 낙선한 것인데 하나님께 「시련을 주십시오, 또 그 시련을 이길 힘도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솔직히 이번에 경선에 나서게 될 줄 몰랐다. 원외 위원장들이 적극적으로 원해 결심하게 됐다. 과거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역의 평가와 국민적 평가가 다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 ―金相賢(김상현)지도위의장 金槿泰(김근태)부총재 등과 함께 「국민경선제」를 주창하면서 「후보로 선출되면 사퇴하고 국민경선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입장이 아직도 유효한가. 『물론이다. 내가 후보로 선출되면 민주당이나 자민련 등 모든 야권 세력을 규합하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 위해 사퇴할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추진중인 내각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현시점에서 내각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4.11총선 때 「여당의 내각제개헌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달라」고 나도 호소하고 김총재도 호소했는데 어떻게 1년도 안돼 말을 바꿀 수 있느냐. 내각제는 재벌당과 지역당 구도가 고착화하는 부작용도 있다』 ―지금 92년 대선자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대통령후보가 되면 선거자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선거자금을 재벌로부터 받는 것이 과거의 관행이었지만 현정권의 실정(失政)의 근원은 90년 3당야합과 과다한 대선자금이다. 특히 대선자금은 현 정권의 자기고백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제도적 개선을 위해서는 선거공영제를 채택하는 길밖에 없다. 지정기탁금도 비록 위헌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정리〓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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