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음으로써 대선예비주자로서 큰 상처를 입었던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의원이 27일 산행(山行)을 하면서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다시 켰다.
김의원은 지난 12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후 「근신」한다는 뜻에서 가급적 대외적인 발언을 자제해왔다.
그러던 그가 이날 기자들과 함께 청계산 등산을 하면서 임기말을 맞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생각과 金賢哲(김현철)씨문제, 자신의 향후진로 등 여러가지 속얘기를 털어놨다.
김의원은 우선 중국 명나라 때 개혁사상가인 王陽明(왕양명)의 시에 나오는 「신보개탄도(信步皆坦道·믿음을 갖고 나가면 모든 길이 열린다)」라는 구절을 인용, 대권의지를 굽히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철씨가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매우 가슴이 아팠다』면서도 『현철씨문제는 김대통령문제와 구분돼야 하며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당당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경선과정에서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대표직유지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정치란 육법전서를 뛰어넘는 법치 이상의 것』이라며 이대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날 산행 도중 김의원은 한보사건 1차수사를 맡았던 崔炳國(최병국)전대검중수부장을 등산로에서 우연히 맞부딪치기도 했다. 최전중수부장은 김의원에게 매우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김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해 한보사건으로 인한 마음속의 앙금을 깨끗이 씻어버린 모습이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