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으로 정치인들의 「검은 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의 「호텔정치」행태가 여전해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툭하면 고급호텔에서 만나 비싼 돈내고 밥먹고 술마시는 여야 대선예비주자들의 씀씀이와 행태를 지켜 보면서 국민들은 『어디서 생긴 돈으로 저렇게 펑펑 써대나』 『한보사건으로 정치인의 검은 돈이 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무슨 짓들이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 P호텔 등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아침식사 값은 대략 1인당 1만5천∼2만원, 점심은 5만원내외, 저녁은 한 일 중식 가운데 어떤 메뉴를 택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세금과 서비스료 20%를 추가하면 10만∼15만원. 이것도 기본적인 식음료만 시켰을 경우다. 술이나 요리를 「좀 먹었다」싶으면 1인당 20만원을 넘어서는 것이 보통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일정을 보면 매일 한번 이상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는 주로 서울시내의 고급호텔인 C, P호텔을, 朴燦鍾(박찬종)고문은 시내 C, 마포의 G, 반포의 P호텔을 주로 애용한다.
李洪九(이홍구)고문은 시내 C, P호텔, 金德龍(김덕룡)의원은 시내의 K, 반포의 P호텔을 주로 이용한다. 李漢東(이한동)고문만이 호텔보다는 일반 음식점을 애용하는 편이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당사에서 가까운 서교동의 S호텔을,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청구동 자택에서 가까운 S, H호텔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식사를 대접받기 보다는 대접해야 하는 입장인 대선주자들은 비싼 호텔 음식값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신한국당 이대표의 한 측근은 『당 대표에게 공식 판공비로 3천만원이 나오지만 많을 때는 10여명 이상과의 식사도 주재해야 하는 대표 입장에서는 호텔 밥값 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한다.
여당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한달에 1천만원 내외를 호텔 음식값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대선주자를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은 호텔을 주로 이용해야만 할까. 『은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별실과 주차장을 완비한 곳이 사실상 호텔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출신의 한 야당 의원은 『정치인들이 호텔을 주로 이용하는 것은 그만큼 돈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 중에 자기 집이라도 저당잡혀 정치자금으로 쓰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느냐. 대기업들이 벌써부터 줄을 서서 뭉칫돈을 갖다주기 때문에 마구 펑펑 써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