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언론을 들여다보면 신문이든 방송이든 대선정국이나 대선후보군과 관련된 보도가 부쩍 많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런 한편에서는 우리의 경제가 알게 모르게 파탄지경으로 치닫고 국가 사회의 질서는 혼탁양상을 더해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당이나 정파 그리고 대선지망생들은 후보 쟁취나 정권획득 전략에만 초지일관해 매달려 있다.
그런가 하면 마치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양 정당이나 정파에 따라 정치인들마다 이합집산에다 합종연횡을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잠재적인 개인영달을 꿈꾸거나 자기편의나 당리당략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3천5백만 국민들의 최대관심사인 민생문제는 그저 겉치레로 주워담거나 마지못해 구색맞추기로 끼워넣는 형국이다.
웬만한 대선지망생이라면 연구소라든지 연구원 1,2개쯤은 빠짐없이 차려놓고 정책개선이니 정책개발이니를 구두선처럼 외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이런 연구소들이 숨막히고 일그러진 민생치유 방안 마련은 등한시한 채 정권을 획득할 묘책에만 심혈을 쏟아붓고 있다. 적어도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대망하는 인사가 운영하는 연구소라면 민생을 위한 정책개선과 정책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마땅하다 하겠다.
정당의 싱크탱크라 할 부설연구소들 역시 이런 측면에서는 크게 나을 게 없는 현실이다. 미국 공화당의 정책산실인 부르킹스연구소나 민주당의 정책개발 아성인 헤리티지재단 같은 역할이 절실한 형편인데도 그 행태가 기대치에 못미칠 뿐만 아니라 성과마저 함량미달이다.
정당도 유명정치인도 국가번영이나 국민복지 증진보다는 당리당략에만 우선적으로 매달린다는 증표이다. 정치인 개인이든 정파든 아니면 정당이든 부설연구소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게 마련이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을 주로 당리당략 차원에서만 활용한다면 도덕적 비난과 함께 인력낭비라는 비난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외채 금리 주가 성장률 실업 경기지수 물가 등 각종 수치만 보더라도 오늘날 우리의 경제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지경에 와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아무리 정치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대선후보군을 비롯한 정파나 정당 그리고 그 부설연구소들은 당리당략을 도모하기보다는 당장의 민생을 치유하고 보다 장기적인 국가위기 극복 전략을 마련하는데 발벗고 나서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심길섭 <한국발전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