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高建(고건)총리가 이끄는 내각 사이에 한랭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신한국당 내에서는 『고총리 체제가 한보사건 등 위기관리에 너무 「소극적」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고총리측은 『국민적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리고 있다』며 불만스런 표정이다.
지난 13일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확연하게 느껴졌다. 李會昌(이회창)대표부터 『지난 여야영수회담 때의 절박한 긴장감이 해이해진 점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긴장감을 되찾아 국정의 세밀한 분야까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일사불란한 팀워크」와 「일체감」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그러자 고총리는 『내각은 각 분야에서 흔들림없이 국정을 수행하려고 노력했지만 언론의 관심이 한보사태 등 정치적 이슈에 집중돼 내각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가려졌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더 노골적인 얘기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朴寬用(박관용)총장은 『검찰수사 기밀이 누출되고 일부 언론에서 여과없이 보도되고 있다』며 정부측을 질책했다. 박총장은 이어 『당정협조가 잘 안돼 4년전 대선공약이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이날의 설전(舌戰)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신한국당의 분위기다. 신민주계로 분류되는 孫鶴圭(손학규)보건복지부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총리는 헌법상 각 부처를 통할하는 위치고 검찰 역시 행정부의 일원인 만큼 통할대상이다. 총리가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당측의 불만을 강력히 전달했다.
이에 고총리는 법제처장에게 『유권해석을 해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민주계 일각에서는 고총리와 일부 각료의 출신지(호남)까지 거론하며 「대통령의 인사실패」라고 지적, 당정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질 것 같다.
그러나 당측의 불만에 대해 「어불성설」 「적반하장」이라는 반론도 만만하지 않다. 국정위기를 몰고온 장본인이 정치권인데 책임을 어디에 떠넘기느냐는 지적과 함께 『그러면 검찰이 왜곡수사를 해야 하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