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가 사법처리되는 이번 주말을 고비로 정국양상이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정국의 본류(本流)가 한보와 대선자금에서 대선을 앞둔 여야의 「경선(競選)」쪽으로 옮겨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여야는 한보와 대선자금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도 정국 자체가 표류하고 국정의 부재(不在)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내심 크게 우려해왔다.
따라서 여권부터 현철씨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는대로 국면전환을 위해 다각적인 후속 국면전환책 마련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야권 역시 19일로 예정된 국민회의 전당대회를 분기점으로 급속하게 대선레이스를 시작할 태세다.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전당대회가 끝나는대로 내각제 개헌에 대한 입장 등을 보다 분명하게 가시화하고 이어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와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대선을 향해 발빠른 행보를 내디딜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야권이 대선레이스에 들어선다해서 곧바로 대선자금 등의 공세를 멈출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한보, 김현철씨 문제, 대선자금 및 잔여분 공개 등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 확실하다.그러나 궁극적 목표인 유리한 대선환경조성 의지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신한국당도 현철씨 사법처리가 끝나는대로 경선국면으로의 전환을 본격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이 대통령후보를 결정하고 대선레이스를 본격화하는데 더이상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일정을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는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주장도 공감대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이대표는 현철씨 소환 직후 김대통령에게 주례보고 등을 통해 시국수습 방안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선예비주자들도 현철씨 사법처리로 한보수사가 고비를 넘기면 본격적인 「대의원 표밭갈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이대표를 겨냥한 「반(反)이대표 연합전선」을 가시화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李洪九(이홍구) 朴燦鍾(박찬종)고문, 金德龍(김덕룡)의원 등이 제의한 「대선예비주자회담」 「대선예비주자 비상대책기구」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현철씨 구속과 함께 한보사건과 대선자금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 여야의 대선예비주자들은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난국수습을 위한 정치력을 보여주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여야의 주도권 확보경쟁이 전개되면서 대선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정국의 기상도에서 난기류가 말끔히 걷힐 가능성은 없다. 현철씨의 사법처리와 함께 대선자금은 물론 잔여분 문제 등이 불거질 경우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로 도저히 민심을 수습하기 어려워질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극심한 권력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정국양상을 또다른 질곡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최영훈기자〉